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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9월말로 금리현실화 두 돌을 맞이했었다. 정부당국은 그 동안 고금리제도를 채택함으로써 1천 3백여 억 원의 저축 순증을 가져 왔으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린바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저축 순증은 따지고 보면 외환보유고의 증가에 따른 내국통화 증가로 창조된 것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소비성향이 낮아졌거나 기업유보가 증가해서 이룩된 저축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표면계수와 진정한 저축성예금 사이에는 계수분식의 경향이 짙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금리현실화의 업적은 거의 보잘것이 없으며, 오히려 물가상승, 금융비정상화에 박차를 가했고 내자동원에 있어 주역을 다하는 금융기관의 약화만을 촉진시켰다는 평상가 보다 현실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 동안 정상적으로 육성되었어야할 금융기관의 제도, 운영, 기능 등은 역금리의 모순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잠식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금융」의「재정」에 대한 예속성을 더한층 가중시키고 말았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박 기획원 장관은 취임 초에 금리인하의 필요성에 언급하였고 또 지난12일 서 재무부 장관이 금리재조정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게 되었다는 것은 뒤늦은 느낌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왜곡된 금융현실에 대한 똑바른 인식은 금융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정상화를 약속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것이다.
재무당국은 앞으로의 금리조정에 즈음하여 그 동안 재정투·융자를 주축으로 한 제1단계와 민간저축의 증대를 바탕으로 한 제2단계를 거쳐 금리하향조정을 기하는 제3단계에 도달했다고 해명하고있다. 그러나 왜곡되어온 현실을 그처럼 억지로 합리화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금융의 비정상화는 과도한 외자도입의 촉진과 연불수입 증대가 그 근인 이었다고 할 것이며 이는 다시 2차 5개년 계획의 3년 반 단축으로 인한 무리한 투·융자의 증대에 기인했던 것이다. 그 결과「네거」제의 실시, 세법개정, 관영요금의 인상에 더하여 수입금융까지 터 주어야 할 사태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 금리의 하향조정의 기본방향은 밝혀졌다. 그러나 금리인하 및 단순화만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의 정상화를 구현시켜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 안 된다.
재정에 대하여 금융의 자율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건전한 포화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발전이 엇갈려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가로막을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금융부문은 독자적인 입장에서 사업별 계획을 세우고 심의·결정해 나갈 수 있는 정상화의 길이 마련되어야 한다. 재정의 독주 때문에 금융이 희생되는 과거의 폐단은 시급히 지양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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