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비즈 칼럼

직원들 춤추게 하는 '칭찬 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이종호
한국먼디파마 대표이사

종합편성채널에서 최근 집단 토크쇼가 시청률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리얼’과 ‘힐링’으로 정의되었던 시대의 트렌드는 ‘수다’로 점차 옮겨 가고 있다. 아무래도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물론, 집단 토크쇼가 넘쳐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집단 수다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와 소통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흔히 집단 지성의 장(場)이라고 하면 큰 규모의 포럼이나 심포지엄같이 격식 있는 행사를 생각한다. 격식을 갖춘 행사 형식이 아닌 집단 수다가 집단 지성의 장으로 거듭나려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내용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심리학자 마셜 로사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한 기업에서는 긍정성과 부정성의 비율이 2.9013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일상적인 업무 환경에서 부정적인 자극이 한 번 발생할 동안 긍정적인 자극이 2.9번 나타난다는 의미다. 만약 비율이 2.9 아래로 떨어지면 그 조직은 장기적으로 성과에 어려움을 겪는다. 로사다는 긍정성과 부정성의 비율이 6대 1일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먼디파마는 긍정적인 자극을 높이기 위해 칭찬 수다를 장려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경영진이나 중간 관리자들이 직원의 성과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칭찬 e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내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직원들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자기 자랑 메일을 전 직원에게 수시로 보낸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문화와는 맞지 않아 칭찬 수다를 처음 시행했을 때 직원들이 매우 어색해했다. 시행한 지 2년 된 지금은 자랑 메일이 도착하면 칭찬 답장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 통의 자랑 메일로 인해 50여 개의 e메일이 오고가는 집단 수다가 이루어진다. 직접 실천해 본 결과 자랑하는 사람은 자부심이 높아지고 e메일을 받는 사람은 생생한 성공 스토리를 공유받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 칭찬하는 문화가 형성됨에 따라 업무 분위기와 실적은 자연히 좋아진다.

 성과가 좋은 기업과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을 비교하면 지식 공유를 위한 노력의 정도가 8배 차이 난다고 한다. 최근 제약업계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한국먼디파마는 전년 대비 35%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직원 개개인의 노력도 컸지만, 칭찬 수다와 같은 장치로 사내 긍정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든 것도 큰 몫을 담당했다. 한 직원의 경험이 단순히 혼자의 기억으로 묻힌다면, 직원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 내 정보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직원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공지 메일, 공식 회의나 사내 방송 등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옛말에도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 )’이라 했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안 아프다는 뜻처럼 칭찬 수다는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성공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호 한국먼디파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