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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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보았노라, 구찌를... : 타오르는 한국경제
변화하는 시대상 : 노조에 남은 최후의 한사람
[특집] : 한국경제가 타오른다

류정혜씨가 백화점의 한 최신 패션 매장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매장에 전시돼 있는 주름 잡힌 보라색 상의와 진주가 박힌 장신구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는 찰칵 소리도 나지 않았다.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렇듯이 류씨도 다음 컬렉션의 영감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만든 의상을 과시하며 무대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류씨는 한국의 유명한 포털 사이트인 프리챌의 마케팅 팀장이다. 그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온라인에서 회원들의 분신 역할을 하는 아바타를 꾸며줄 가상 의상과 액세서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프리챌을 이용할 때 자신의 아바타를 펑크 로커, 깡패, 혹은 매력적인 만화 주인공으로 꾸밀 수 있다. 하지만 아바타를 꾸미려면 진짜 돈을 내야 한다. 류씨는 "올 봄에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유행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프리챌처럼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해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제 막 움트고 있는 이 분야는 한국 경제가 점점 다양화되고 자립적으로 변모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성장의 토대인 일자리의 증가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첨단기술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를 좋아한다. 온라인 게임과 온라인 쇼핑, 온라인 주식거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장소에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에 기본으로 설정된 아바타로 대화방을 방문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류정혜씨는 프리챌의 남성 고객들은 수수한 편인데 반해 여성들은 자유분방한 모습을 원한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들은 실제 길거리에서는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과감한 복장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를 이용해 여성들을 유인했다. 류정혜씨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바타가 실제의 자신들보다 현란해 보이기를 원한다. 우리가 수영복을 출시했을 때 수영복 위에 레인코트만 걸친 아바타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류씨는 헐렁한 힙합 바지와 빨간 탱크탑 차림에 밝은 노랑머리를 한 아바타를 갖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류씨는 남들처럼 대기업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의사나 법조인이 되길 바랬다.) 그러나 류씨는 의상점과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잡지를 뒤적거리고 인기 드라마를 챙기며 인터넷에 적용할 수 있는 최신 패션 경향을 찾는다. 부모는 아직도 그녀의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는 종종 "왜 사람들이 그런데 돈을 내니?"하고 묻는다. 그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 사람들은 돈을 낸다. 그래서 한국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데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DONALD MACINTYRE (TIME) / 이의헌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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