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 한글편지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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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글이 국자로 제정, 반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언문」이니「반절」이니 해서 사갈시 되었다고하는 종래의 관념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니었다. 그 근거로서 서민과 부녀자가 아닌, 왕후장상이 한글을 애용한 실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암 송시열의 한글 서한2점이 나왔다. 하나는 그의 친필이요, 또 하나는 자부로 하여금 대필시킨 것이다. 그것은 제천군 금성면월임리 정원태씨댁에 간수된「세차지주복첩」에 들어 있는 오직 2장의 한글편지이다. 정씨는 송강의 둘째아들 종명의 15대 종손으로 근4백년간 이곳에 묻혀있었다. 서한 말미에『기미2월5일 안치죄인송시열』이라 한 것으로 미루어 갑인예송 관계로 안치중인 현종5년에 쓴 것이다.
다른 한 서한은 우암이 정보연(종명의손)의 미망인에게보낸 서한인즉 숙당이 아닌 부인에게 편지를 쓴점은 예에없는 흥밋거리다. 보연은 우암의 수제자로 24세에 요절한 까닭에 그미망인 앞으로 편지로 써서 집안일을 물은 것이며, 그 미망인은 국남 민유중과 남매간이었다.
이는 정묘9월23일, 즉 현종13년 자부에게 대필시킨 것으로, 그 우아한 필체는 궁체의 표본이라하겠다. 특히 여기에는「-주격」의 표기법이 보이는데 최초의 기복으로서 주목된다. 이편지는 학문적인 자료뿐아니라 사대에 완고의 이면에 숨어 있는 우암의 인간미와 사대부가의 생활풍습을 드러내는 자료로서도 종은 예이다.<김일근.건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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