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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공공 의료 붕괴인가, 강성 노조의 이기주의인가 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진주의료원 폐업 논쟁이 뜨겁다. 폐업을 진행시키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폐업만은 저지하겠다는 노조측의 마찰이 이어지더니 27일 경남도와 보건의료노조의 폐업 유보 합의로 폐업은 한 달간 미뤄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18일 진주의료원의 적자누적 문제를 시작으로 최근엔 강성 노조로 인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휴업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노조측은 경남도와의 대화로 진주의료원이 정상화할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경남도측에 진주의료원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대화에는 나서고 있지만 폐업 의지에는 변함이 없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폐업이 확정되는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진주의료원은 건물 매각을 시작으로 직원 해고수당 지급 등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에 총력을 쏟겠다고 선언해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공공의료 특집 ‘공공의료 붕괴인가, 강성 노조의 이기주의인가’라는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첫 번째 주제는 ‘진주의료원은 왜 적자를 면치 못했나’이다.

▲ [중앙포토]

진주의료원은 D등급, 적자 원인 살펴보니

보건복지부가 삼일회계법인과 34개 전국 지방 의료원과 5개 적십자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2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A·B·C·D 4단계 중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을 받은 지방의료원은 총 11개다. 평가 기준은 의료의 질, 합리적 운영, 공익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사회적 책임 4가지 항목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의 재무건전성은 100점 만점에 63.4점, 경영 성과는 34.6점, 운영 효율성은 26.2점으로 나타났다. 세 분야 모두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고서에 제시된 진주의료원의 주요 문제는 환자 수 부족, 신축 이전으로 인한 재무 악화, 의사 수급의 어려움, 수익 대비 높은 인건비 구조, 수익성 관리 부족, 인건비 체불 증가였다.

적자의 원인 중 하나인 환자 수 부족 문제는 같은 지역 안에 경쟁하는 민간 병원이 여러 개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의료원을 중심으로 자동차로 30분 거리 안에 상급 종합병원 1개, 종합병원 2개, 병원이 12개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진주의료원의 위치도 지적됐다. 2008년 이후 진주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신축 이전으로 인한 부채도 적자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34개 지방의료원 중 건축 경과 연수가 30년을 초과한 지방의료원은 7개였다. 반면 진주의료원은 건축 경과 연수가 10년 이하에 속했다. 진주의료원 노조 측은 5년 전 신축 건물로 이전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이뤄내기도 전에 부채에 시달려야 했다.

의사의 이직률로 인한 구인난도 어려움을 부추겼다. 같은 의료지역 안에 민간병원으로 전문의의 이직이 잦았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전문의 5명이, 2011년에는 2명이 타병원으로 이직했다. 상대적으로 전문의에 대한 인건비는 높았다. 전문의 1인당 인건비는 2억 1700만원으로, 2011년을 기준으로 2009년에 비해 전문의 인건비는 46% 늘었다.

환자 만족도 높은 병원 vs 강성 노조 탓에 경영 혁신은 불가능

▲ [중앙포토]

진주의료원 노조에 따르면 경영 악화 등의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0월 15년 이상 장기근무자 31명을 명예 퇴직시켰고, 연차 수당을 삭감하는 등 조치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 평가에서도 타 지방의료원에 비해 만족스런 결과를 냈다. 2011년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시행하고, 환자 만족도가 평균 84점을 기록해 타 공공병원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의료급여 환자 비중도 13.2%로 경남도내 민간병원(7.4%)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경남도의 주장은 어떨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의 노조가 강성 노조라는 입장이다. 도민의 혈세로 노조를 배불리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도 주장했다. 지방의료원이 아니라 노조병원이라는 것. 노조의 입김이 세 병원장이 경영에 관여하기가 어렵고, 정년퇴직을 해도 친인척이 고용세습을 한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세습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료비 감면 조항으로 퇴직을 한 직원도 현 직원처럼 진료비 감면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4월 11자에 기사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의 직원과 가족에 대한 감면혜택은 의료원 내규보다 높은 수치다. 2011년 1월 체결된 단체협약 44개조의 4개 조항 규정에 따라 의료원 내규인 50%에서 80~90%로 감면이 가능하도록 별도 규정을 만든 것이다. 이 비율은 작년 5월 경영개선 계획 협상에서 내규대로 50%로 조정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의료원장이 인사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인사이동 명단을 노조에 통보해야 하거나 과장급 이상 간부를 채용할 때에도 노조와 합의하도록 돼 있다. 경남도측은 진주의료원 노조가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의료원의 인사와 경영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노조가 제출한 정상화 방안 들여다보니

▲ 김수정 기자

의견이 팽배하게 맞서는 가운데 경남도와 보건의료노조가 폐업을 한 달간 유보하기로 합의한 뒤 26일 두 번째로 열린 노사 대화에서 노조가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

노조가 제출한 정상화 방안은 정부에서 우수 의료진 확보, 전문가 간담회·토론회 추진, 공공의료사업 운영비 정부 지원 건의, 경남도가 제시한 경영개선 권고사항 검토 후 시행, 비효율적 인력운영 개선, 전 직원이 참가하는 혁신운동 전개 등이다. 노사가 함께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 수행을 위한 핵심 진료과를 중심으로 2015년까지 205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한편 경남도는 오는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진주의료원을 상대로 진주의료원 직원의 비리 사실 등을 조사하는 등 정기 감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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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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