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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귀찮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막차에 탄 손님이 「버스」값 8원을 5백원짜리로 냈다. 기다리라고 한 여차장이 한참만에 거스름돈 4백92원을 10원짜리와 1원짜리로만 한 뭉텅이를 내줬다. 그런가 하면 『미안하다』며 5백원권을 낸 여인에 차장이 핀잔을 주고 「러쉬·아워」에 5백원권을 받고 쩔쩔매는 차장들. 시민과 차장과 5백원권의 시비-. 시민 모두의 「에티켓」 문제가 되고 있다.
○…통금시간에 쫓겨 시민들의 발길이 바쁜 3일 밤 11시40분쯤 서울 성동구 마장동 「버스」종점에서 막차인 서울영1629호 시내「버스」를 탄 손님 장세기(24·마장동 568)씨가 8원짜리 「버스」요금에 5백원짜리 한장을 냈다. 은근히 심술이 난 차장 강정숙(19·가명)양은 손님들로부터 받아뒀던 1원짜리와 10원짜리로만 된 거스름돈을 한보따리 집어주려하자 노려보던 손님 장씨가 강양의 뺨을 때렸다.
주먹다짐으로 번진 이 거스름돈 시비는 다른 승객의 신고로 성동경찰서까지 붙잡혀왔다.
차장 강양은 『5백원짜리를 내고 1원짜리나 10원짜리를 받지 않겠다니 1원짜리나 10원짜리는 돈이 아니냐』고 대들었다.
손님 장씨는 『차장이 고의적으로 골탕을 먹이려는 수작이 괘씸해서 화가 치밀었다. 백원짜리를 갖고도 안주는 소행이 「서비스」업에서 취할 태도냐』고 책했다.
경찰은 차장을 훈계, 돌려보냈다.
○…지난 9월 25일 하오 영등포관내에서 반구간을 운행하는 삼양운수 「버스」 차장 이순남(19·가명)양은 4원짜리 구내 「버스」요금에 5백원짜리 한장을 내미는 손님에게 줄 거스름돈 4백96원이 없어 『그냥 태워줄테니 돈자랑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손님이 다른 사람아닌 Y서이모(36) 형사.
결이난 이형사는 차장 이양을 형사실로 끌고와 범죄수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수선을 피웠다. 마침 그 차는 반구간 운행이라 받은 요금전부를 다해도 거금 5백원을 거스를 실력이 없었다.
○…비가 내리던 지난 8월 20일 낮 신촌방면으로 달리던 급행 「버스」가 아현동 고갯길에 이르렀을 때 승객 이모(34·마포구 노고산동) 여인이 차장 김을순(19·가명)양에게 『5백원짜리 밖에 없으니 미안하다』고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돈을 내밀자 『5백원짜리 갖고 「택시」를 타지 얌체짓 그만하라』고 엉뚱하게 야유. 화가 난 이여인은 들고 있던 우산대로 김양의 머리를 때리고 이에 맞선 김양이 이여인의 머리카락을 물고 늘어지는 열전 수분간.
두사람 모두 관할 아현동 파출소에 한덩어리가 된 채 끌고 끌려가 서로 구두고발전을 폈으나 처리에 골치앓은 경찰은 두사람을 모두 즉결로 넘겼다.
○…지난 8월 26일 상오 8시쯤 「러쉬·아워」로 한창 바쁠때의 일. 서대문 「로터리」에서 급행좌석 「버스」를 타고가던 손님 손마두(30·서교동)씨는 차에서 내리면서 5백원권 1장을 아무 예고도 없이 불숙 내밀었다. 당황한 차장 최모양은 미리 내지 않았다고 욕설, 손님과 차장의 싸움이 불꽃 튀기는 열전으로 바뀌자 울상이 된 건 다른 손님들.
이를 보고있던 손님들 사이에도 『한창 바쁠때 예고도 없이 큰돈을 내미는 것은 차장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차장의 두둔론에 『5백원 짜리도 엄연한 통용화폐이다. 거스름돈은 「서비스」업자인 차장에게 잘못이 있다』는 승객옹호론 등 색다른 승객들 사이의 논쟁까지 벌어지는 진풍경을 빚어내기도 했다.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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