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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싫은데~" '전학 온 철수'에 여야 의원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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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민국 ‘국회반’에 전학 온 안철수. 그를 대하는 ‘국회 친구’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지난 26일 첫 등교한 안철수가 교실(본회의장)에 앉아, 몸도 뒤척이지도 않고 잡담도 하지 않은 채 모범생처럼 있는 걸 지켜본 의원들이 ‘새 친구’에 대한 호기심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새누리, 안철수 길들이기=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학교에 왔더니 전학 온 학생이 있다. 철수는 내 옆자리, 무성이 행님(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내 뒤에 앉았다”고 적었다. 안 의원을 ‘짝꿍’으로 맞은 소감은 “그중 한 명하곤 같이 놀기 싫은데~”였다.

‘새 정치’를 앞세워 여당과 야당을 모두 비판해 온 안철수 의원을 ‘놀기 싫은 한 명’으로 표현하면서 비호감을 나타낸 셈이다. 일부 의원은 안 의원에게 이미 짓궂은 장난도 걸었다. 26일 ‘여의도 학당(국회)’에 처음 온 ‘전학생’이 국민에 대한 인사말만 낭독하고 내려가자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우리에게도 인사를 하고 가야지!”라고 농담조로 호통을 쳤고, 새누리당 의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선배들에게도 인사를 하라는 김 의원의 말에는 안 의원을 1학년생쯤으로 대하는 새누리당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안 의원은 당시 멈칫하면서 선 채로 목례를 하곤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물론 안 의원에게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넨 새누리당 의원들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여럿이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의화 의원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정 의원은 “안 의원의 부산고 선배이자 같은 의사 출신으로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며 “그런데 ‘아이고, 선배님’하면서 살갑게 대하진 않더라”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트위터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의 귀하게 자란 부잣집 아들 이미지가 서민 지지층 확대에 약점으로 지적됐다. 서민의 애환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환노위로 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 환노위는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전학 오면 왔지 웬 호들갑이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동료 의원이 들어왔으면 환영하면 되는 문제지, 안철수가 뭐 대단하다고…”라고 했다. 은근히 야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 가능성을 즐기는 분위기까지 포함돼 있다.

 ◆심경 복잡한 민주당=새누리당과 달리 26일 안 의원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넨 민주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유일했다. 그만큼 안 의원에게 먼저 친한 척 하기 조심스러운 게 민주당 분위기였다. 자칫 안철수 신당파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본지 통화에서 나타난 민주당 의원들의 기류는 대략 세 가지였다. 이상민 의원은 “안 의원은 민주당과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찾아야 한다. 차별화를 강조하면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안 의원과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반면 민병두 의원은 “이제부터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게 됐다.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 안 하겠다는데 우리가 (입당하라고) 스토킹할 수 있느냐”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이야기 좀 그만하자”(안민석 의원)는 ‘무시파’도 있었다. 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은 영웅이 아니라는 걸 역사는 말하고 있지 않느냐. 창조한국당, 자유선진당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조국(대선 당시 야권 새정치국민연대 상임대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메기론’을 전개했다.

 그는 27일 트위터에 “안철수란 ‘메기’가 노원의 중랑천에서 헤엄쳐 여의도로 들어왔다. 여의도의 ‘청어’들, 환영하면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썼다. 안 의원을 잡식성 민물고기인 메기에, 기존 의원들을 바닷물고기인 청어에 비유했다.

일단 한 수족관에 같이 있을 수 없는 존재로 묘사한 셈이다. 조 교수는 “민주당은 안철수 견제에 힘쓰지 마라. 안철수 구애에도 빠지지 마라. 127석으로 할 일에만 진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소아·김경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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