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내주고 무기수출 족쇄 풀기 … 시진핑·올랑드 빅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가운데)과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오른쪽)가 26일 베이징 자금성을 둘러보고 있다. 기업인등 260명을 대동한 올랑드는 이번 방문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에어버스 항공기 60대를 중국에 파는 등 비즈니스 외교를 펼쳤다. [베이징 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통 큰 외교의 진면목을 보였다. 25일 중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프랑스에 “더 큰 시장을 주겠다”고 호언했다. 대신 무엇을 받겠다는 얘기도 안 했다. 하지만 중국이 프랑스에 일방적으로 퍼줄 리는 만무하다. 발표된 합의 내용을 보면 중국이 얻은 게 보인다. 첨단 기술은 물론이고 시 주석이 주창한 대국외교에 필요한 양국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보했다. 중국의 염원인 유럽연합(EU)의 대중국 무기 수출 금지 해제 가능성까지 보인다.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의 현실을 간파한 중국식 통 큰 빅딜이다.

 지난달 시 주석 취임 이후 서방국가 원수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한 올랑드 대통령은 수행단이 기업인 등 260명에 달한다. 그만큼 대중 외교를 중시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선물을 받았다. 중국은 우선 EU산 에어버스 항공기 6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42대는 중형인 A320 계열, 18대는 대형인 A330 계열이다. 액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현재 14개 항공사에서 75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 등 EU 4개국이 합작해 만든 항공기 제조업체다. 에어버스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항공기를 많이 팔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프랑스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도 파격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양국 기업들이 3세대 신형 원자로를 공동 개발하고 해외 천연 우라늄 개발과 핵연료 재처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고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핵 안전 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항공 분야에서는 합작투자 형식으로 연구개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이 사들일 에어버스 60대의 핵심 부품 상당수가 톈진(天津)의 에어버스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EU의 대중 무기 수출 금지 해제다. 이와 관련, 중국의 군사전문가인 무야오(穆堯)는 “중국이 발표된 항공기나 원자력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이렇게 파격적으로 시장을 내줄 리 없으며 이번 거래의 핵심으로 프랑스의 대중 무기 수출 금지의 단계적 해제 약속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2006년부터 대중 무기 수출 금지 해제를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프랑스는 자국 방산기업인 DCNS가 만든 헬기 착함 장치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대중국 무기 수출 금지의 단계적 해제를 예고했다. 이 장치는 악천후에도 선원들의 보조 없이 헬기가 갑판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중국은 이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이후 일본 정부는 중국 측이 연내에 해양감시선 2척에 이 장치를 장착하기 위해 구입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감시 범위가 넓어진다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관련 부품이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EU는 민주화 운동 도중 수백 명이 숨진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대중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시 주석이 주창한 대국외교를 위한 서방 진영의 교두보 역할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