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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사랑을 사랑하라' 스테판 에셀 더 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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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목수정 옮김
문학동네, 300쪽, 1만4500원

포기하지 마라
스테판 에셀 지음, 조민현 옮김, 조효제 해설
문학세계, 126쪽, 9500원

세기와 춤추다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김희진 옮김
돌베개, 436쪽, 2만원

이 남자는 평생 어머니가 준 과제 ‘행복한 사람이 돼야 한다’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 행복은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누는 자유와 정의와 사랑 속의 행복이었다. 글쓰기보다 행동을, 향수의 추억보다 미래를 선호했던 그는 항상 투사였고, 지금도 투사다.

 올 2월 27일 그가 95세로 타계했을 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국경 없는 시민, 체제 없는 유럽인, 당파 없는 투사, 한계 없는 낙관주의자였다”고 그를 기렸다. 또 그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비밀이 ‘사랑을 사랑하기’였다고 했다. 모든 세대에게 사랑의 영감을 주고 떠난 그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이자 사회운동가인 스테판 에셀(1917~2013)이다.

 에셀이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2010년 쓴 작지만 거대한 책 『분노하라』 덕이었다. 32쪽 분량의 이 짧은 글은 그의 말마따나 “내 펜 끝에서 로켓처럼 날아가 프랑스어권 국가들을 거쳐 모든 국경을 넘어갔고, 셀 수 없이 많은 독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20년간 지속된 자본권력의 지배, 그 막강한 권력에 맞서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는 무심했던 정부, 세계화된 사회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민중에게 절망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그림만 제시하고 있었기에 이 늙은 투사는 분연히 “분노하라”고 선동했다. 그의 외침은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점령(오큐파이 occupy) 운동,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로스 인디그나도스 los indignados)’ 운동 등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가 떠난 지 두 달 남짓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세 권의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에셀이 유언처럼 남긴 명령조의 절박한 심경을 읽게 한다. 그는 오만한 돈의 힘과 시장독재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봉기하고 싸울 것, 소수독점 지배세력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할 것, 동시에 국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경제와 정치에 대한 의욕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항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행동해야만 된다” “분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포기하지 마라”고 절규한다. 그의 혼이 우리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파리에 거주하며 고인의 글을 번역한 목수정씨 표현을 빌리면 “죽음도 차마 멈추지 못할 진보에 대한 그 간절한 희망과 신념”이 이제 여기 당도했다. 『포기하지 마라』는 에셀의 마지막 메시지를 담은 정치적 유작이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와 『세기와 춤추다』는 에셀이 각각 2012년과 1997년에 발표한 자서전과 회고록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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