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인터뷰] MBC '러브레터' 주연 지진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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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낮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를 신부님과 연기자, 제작진들이 바삐 오간다. 10일 첫 방송되는 MBC 월화드라마 '러브레터'촬영현장이다.

이 드라마는 의대 동창인 두 남자.한 여자를 통해 영혼을 구원하는 종교와 육체를 고치는 의학, 그리고 마음을 적시는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수사 신부의 사랑이라는 민감한 부분이 있는 만큼 제작진은 천주교 측에 공식 자문을 했다. 대본 사전열람 및 촬영현장 점검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홍창진 신부의 몫이다.

같은 시간대 '야인시대'(SBS)와 '아내'(KBS2)라는 강적 앞에서 오경훈 PD는 믿는 구석이 두 개는 있다는 표정이다. 첫째가 '가을동화'의 작가 오수연씨의 촘촘한 이야기 구성이라면 둘째는 주연으로 내세운 풋풋한 신인들의 진지한 연기일 터. 연기자 지진희(32.사진)는 그런 감독의 기대가 부담보다는 큰 격려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제 연기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게 낙입니다. 감독님이 직접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실연을 해보이는데 제가 그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후지TV 합작 드라마 '소나기, 비 갠 오후'에서 한국인 형사 홍대진을 맡았던 그는 SBS '줄리엣의 남자'와 영화 'H'등으로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는 늦깎이 신인. 디자인 회사를 거쳐 광고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연예계로 들어섰다.

이 드라마에서는 사랑했던 여자가 유일한 친구에게 마음을 준 것을 알고 복수심에 불타게 되는 명문가 출신 의대생 정우진 역을 맡았다.

"어찌보면 좀 유치한 역이에요. 돈 많고 공부 잘하고 집안 좋고 여자 따르고. 하지만 알고보면 아픈 상처를 지닌 친구죠. 시원시원했던 성격이 비뚤어지는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보여주느냐가 제 과제입니다."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문득 집안이 바뀐 남매의 지순한 사랑을 그렸던 오작가의 전작 '가을동화'에서 은서(송혜교)의 사랑을 얻어내려던 부잣집 아들 태석(원빈)이 떠오른다. 원빈은 최초의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에서 한국 측 주인공을 맡은 전력이 있다. 묘한 인연이다.

"원빈씨와는 다른 연기를 해야죠. '얼마면 돼'같은 멋진 대사는 기대하지 않아요. 하하."

그는 연기에 앞서 스태프들과 먼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카메라 주변의 낯선 눈동자가 아직은 두렵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좋으신 분들과 일하게 돼 다행이에요. 다들 '잘 해야돼'하는 눈으로 봐주시거든요. 시청자들로부터도 '저녀석, 열심히 하는군. 괜찮은데'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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