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Q&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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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을 둘러싸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장된 주장과 극단적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북한의 핵 전쟁 위협을 내세워 우리도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핵 주권론이 등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지적하며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원자력협정을 둘러싼 오해와 이면에 가리워진 진실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장세정 기자

1 농축·재처리 못하는 한국은 핵주권이 없는 나라인가……………×

“아니다. 우리는 1975년 4월 23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기 때문에 회원국으로서 농축과 재처리 권리를 갖고 있다. 다만 한·미 원자력협정(73년)에서 재처리는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남북한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91년)에서 농축과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갖되 핵 무기화의 우려가 있는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2 미국 때문에 농축과 재처리를 못하고 있다는데…………………△

“한국은 73년 한·미 원자력협정을 발효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물질·기술·장비를 지원받았다. 한국이 23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세계 5위권 원전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미국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동시에 미국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을 엄격하게 차단하도록 요구했다. 협정 8조C항에는 특수핵물질(폐연료봉)의 재처리나 내용·형상 변경이 가능하나 양국 공동결정(미국의 동의)을 받도록 규정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 중에서 17기가 미국산 기술과 원료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닌 프랑스(울진원전 1, 2호기)·캐나다(월성 1~4호기)산 원전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다.”

3 미국은 재처리를 하면서 한국만 막는 것 아닌가…………………×

“아니다. 미국도 카터 행정부 이후 재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최종 처분장을 만드는 계획이 있었으나 ‘핵 없는 세상’을 천명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반대 여론 때문에 처분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 중간저장시설도 부지 선정을 했지만 반대 논란에 휘말려 있다. 따라서 미국도 폐연료봉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원전을 가동하는 31개국 중에서 프랑스·일본 등 22개국은 중간저장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4 비핵화 선언 폐기하면 농축·재처리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폐기 선언을 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고 후폭풍도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비핵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만큼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농축과 재처리를 강행하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 의존도가 95%가 넘는 무역국가인 우리가 제재를 받으면 경제적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도 잃게 된다.”

5 우라늄 농축 권리를 확보하면 경제적 실익이 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라늄 가격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현재는 우라늄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국제적인 원전 카르텔이 가격 담합을 해 우라늄 가격이 오를 경우에 대비해 담합을 저지하는 정치적 ‘카드’로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농축을 할 경우엔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개발 의심을 받을 수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까다로운 사찰을 받아야 하는 등의 부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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