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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과 영국은 31일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무기원조를 재개한다는 원칙을 결정했다. 소련의 대「아랍」무기원조에 대항하는 조치일 것이다.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영구히 해결하는 데에 방해가 되고 있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이 지역에 대한 무기공급의 악순환에 있다. 중동전쟁은 어느 새 시간의 건망증속에서 잊혀져 간다. 그러나 이제 휴전 1백 여 일을 맞으며,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전전의 상황」에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랍」제국은 정치·경제·군사력의 재정비에 여념이 없으며, 「귀족군인」들은 서서히 퇴역을 강요당하고 있다. 「전의」는 앙양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전상태로의 철군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면서도 점령지에 대한 「유태화」 를 착착 진행한다. 영토가 전후 3배나 늘어난 상태에서 1백 33만의 「아랍」인에게 시민권을 주고 9월 1일부터 개학하는 점령지의 「아랍」아동들은 「이스라엘」에서 편찬한 새 교과서(아랍어)를 읽게 된다. 「아랍」인 변호사들은 「이스라엘」의 약식 사법시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북「시나이」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통화가치를 2배로 절하, 「아랍」「폰드」화의 구매력을 높여주었다.「아랍」인의 동화정책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랍」의 군비는 소제무기로 다시 정비되고, 「이스라엘」도 역시 미·영제 무기로 확대 강화된다. 대립관계에 있는 한 측 나라가 군비를 증강할 때. 다른 한편이 무엇을 해야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군비경쟁의 상승은 본능적으로 긴장감을 높여 줄 것이다. 서로 흉기를 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태에서의 적개심·증오감·공포감을 생각해 보라.
신흥국에 대한 대강의 무기급조는 깊은 뜻이 있다. 쓸모 적은 구식병기를 이용하여 자기진영을 확보하며, 그 수리를 위해서는 부분품을 유상 공급하는 명안이다.
인·「파」전쟁, 그리고 중동전쟁의 비극은 대국의 무기공급에서 자극된 것이다. 중동전쟁의 해결에 대국들은 결국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무기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비극을 외면하고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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