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을 이기는 소리|2·3일 더 살수 있다|광부매몰 10일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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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양=송평성·김성수·박영수기자】김창선(35)씨는 아직 살아있다. 『2, 3일간은 생명을 더 이어갈 자신이 있다』고 31일 상오 3시에도 김씨는 채광감독 박주천씨와의 전화대화에서 기진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그러나 김씨의 말끝은 아직 흐려지지않고 또렷한 발음이었다고 하며 이로 미루어 광업소측은 김씨가 아직도 하루이틀은 더 지탱해 나갈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몰 10일째로 접어든 31일 정오 현재 김씨가 묻혀있는 지하1백25미터 배수장과 구조작업반의 손길과는 불과 5미터거리. 그러나 갱내로 파내려 갈수록 부석, 갱목조각, 철근, 흙더미 등 침전물이 다져지고 이번 사고로 배수기능을 잃어 갱내에는 물이 쏟아지고 있다.
낡은 비옷에 「파이버」를 눌러쓴 구조작업반원들이 갱내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물에 빠진 사람모양 낙수에 흠뻑 젖어버린다.
「케이지」가 작업현장에 한번 내려갔다 오는 시간은 약30분, 한번 담아 올리는 흙의 양은 나무토막이나 판자로 계산해서 불과 두 아름 남짓. 광차1대를 채우려면 두 번은 올라와야되는 안타까운 작업진도이다.
갱의 넓이도 점점 좁아져 겨우 2명이 등을 맞대고 일을 하고 있으며 인부들도(4시간 교대에서 6시간 교대로) 이젠 지쳐가고 있다.
예정했던 굴진작업속도 하루 4미터는 반도 안되는 겨우 1.8미터로 떨어지고 있다. 철근을 쇠톱으로 끊어내며 파들어가는 이 난공사로 김씨를 구출하기에는 적어도 2, 3일은 더 걸린다는 어두운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김씨의 생사고비기 급박해지자 30일 하오에는 스님이 갱구에 와서 독경을 하고 마을교회의 교인들이 김씨집을 찾아 2백시간 구원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구조작업이 안타깝게 소걸음치자 31일상오 광업소에는 『보상금 1백만원만 준다면…』죽음을 무릅쓰고 갱속에 들어가 매몰된곳의 폭파작업에 나서겠다고 자원해온 광부가 6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광업소측은 또 하나의 사고를 염려,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조작업반은 30일부터 지원나온 미국인기술자와 미군「헬리콥터」가 날라다주는 기재를 보태 굴하작업을 계속, 급식이 가장 손쉬울 것으로 보이던 5인치 「파이프」를 끝내 못찾고 이날 하오 5시30분쯤 김씨가 묻힌 제1배수장을 통해 아래로 27미터가량 뻗은 6인치짜리 「에어·파이프」를 발견, 급식가능 여부를 따지고 있으며 「에어·해머」를 사용, 새로운 급식「파이프」묻을 곳도 찾고 있다.
갱내구조작업을 밤낮으로 교대하여 지휘하고있는 김철환(구봉광업소 채광과장)씨와 이철성(무극광업소 채광과장)씨는 31일 상오8시 작업현장에 나와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31일밤 또는 1일 상오쯤에는 구출가능 여부가 판가름날것이라고 30일의 예정에서 또 하루를 늦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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