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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대학」 인가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에 있는 조련 계 「조선대학」의 인가문제를 에워싼 시비는 점차 한·일간의 중대한 정치·외교문제로 화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그 인가저지를 위한 강력 책을 수립, 그 첫 단계로 김동조 주일대사로 하여금 직접 교섭토록 긴급 훈령하는 한편 그 동안의 자세한 경위를 청취키 위해 동경주재 우리 나라 수석장학관을 본국 소환키로 했다고 전해진다.
문제의 소위 「조선대학」이란 10여년전부터 재일 북괴동조집단인 이른바 조련계에서 설치, 운영해온 사이비 교육기관으로서 그 목적이 주로 재일 교포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세뇌공작을 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이비교육기관이 일본의 학교교육법에 의한 「정규학교」로서의 인가는 물론, 동법 부칙에 의한 「각종학교」로서의 인정도 못 받아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봄에 일본사회당 출신 미농부씨가 동경도지사로 선출됨을 기화로 조련계는 일본의 공산주의자 및 그 동조자들의 협조를 얻어 이 사이비교육기관을 정식으로 인가된 각종학교로 만들고자 암약하던 끝에 드디어 동경도지사로부터 그 내락을 얻는데 성공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외신보도만을 가지고서는 아직 이러한 인가 내락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이다. 일본의 교육관계법령에 의하면 소·중·고·대학 등 이른바 정규학교 이외의 교육기관으로서 서상 학교교육과 유사한 교육목적을 가진 것을 「각종학교」라고 통칭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각종학교의 설립인가권자는 각기 그 정도에 따라 문교대신 또는 도·도·부·현 지사로 구별돼 있다.
따라서 만일 이른바 「조선대학」의 인가운운의 시비가 그 명칭이 가리키듯 조련계 각 학교에 병치되는 「대학에 준 하는 각종학교」로서의 인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전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러한 학교의인가는 문부 대신의 권한에 속해있는 만큼 현재 일본정부가 취하고 있는 공식태도로 보아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학교교육법이나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이와 같은 각종학교는 「대학」 등 정규학교의 명칭을 관할 수 없게 돼 있을 뿐더러, 「특정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교육을 하거나 정치적인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명문규정에 비추어, 결국 이른바 「조선대학」 운운은 도지사의 권한으로 인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이른바 「사설학술강습소」를 가지고 조련계측이 고의로 대학명칭을 참칭 한데 불과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러나 설사 이른바 「조선대학」이 그러한 「학술강습소」로서의 인가를 받게 된데 불과하다하는 경우에도 이 문제는 그것이 결코 단순한 일본의 국내 문제로만 끝날 성질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음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한·일 양국이 그 국교회복의 대전제로 삼고 있는 것은 「기본조약」 제3조인 바 이에는 대한민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일본국내에 이와 같은 대한민국 정부의 존재를 부인하고, 나아가서 이와 같은 합법정부의 파괴·전복 등을 적극적인 주목적으로 하는 정치집단의 존립을 용인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와 같은 목적달성을 위한 범죄적 집단의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벌써 한·일 국교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단순히 일본 국내문제로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소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한 일본 당로자들의 깊은 통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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