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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세와 전망 - 본사외신부장 박경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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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남전을 이제 전투 면에서만 본다면 주역은 미군과 월맹 정규군이고, 월남 정부군과 「베트콩」은 단역에 불과하다. 물론 아직도 「베트콩」의 병력이 15만선을 유지하고 있고, 이들의 분산기습공격이 쉴새없지만 대대 규모 이상으로 달려드는 일은 드물게 되었다.
또한 월남정부군은 55개 대대를 평정계획에 돌려 5천여 부락의 재건 경비사업을 돕고 있기 때문에 큰 작전의 동원도 줄어들고 있다. 월남의 승패는 궁극적으로는 모두 1만4천에 달하는 부락을 누가 더 많이 평정 지배하느냐에 달려있는데 현재는 쌍방의 지배가 반반 정도고, 나머지 2할을 경쟁지구로 보고 있다.
월남 정부군은 이 평정사업에 주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티우」 국가원수도 9·3선거 후에는 정부군을 개편해서 더많이 투입하겠다고 말하였다. 우리 일행은 「메콩·델타」의 서울인 「칸토」 시근변의 평정계획에 의한 재건촌을 두루 돌아보고, 한 마을을 「베트콩」으로부터 빼앗아 주민을 정착 보호하는데 얼마나 많은 병력과 요원과 돈이 드는가를 실감했다.
한편 월맹 정규군의 침투는 추산이 구구하나 5개 사단 정도가 남하하여 17도선 바로 남방과 중부 고원에 포진하여 미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전선이 없다는 월남전에서도 17도 비무장 지대에서는 현재 미 해병 2개 사단 및 육군 3개 여단이 월맹군과 대치하여 일종의 진지전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굳이 선을 근다면 현재 월남전은 정부군과 「베트콩」은 촌락쟁탈전을, 그리고 미군과 월맹군은 꽤 치열한 재래식 대전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세를 크게 본다면,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과 물량공세로 주도권을 이 편이 쥐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성싶었다. 미군이 금년들어 전개한 큰 작전만도 「데크·하우즈」 5호, 「세다폴즈」 「프레이·리」 2호, 「장크션·시티」, 비무장지대 침공 등 10여회에 달하는데 그때마다 이 편 출혈도 많았지만, 월맹군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전투가 현재 「페이스」대로 진행된다면, 연합군은 군사적으로 계속 수위에 설 자신이 있다고 보았다.
한편 월맹병력 및 보급장비의 남하를 억제하고 호지명을 협상탁자에 나오게 하려는 생각에서 재작년 2월 7일부터 시작된 북폭은 현지에서는 월남전 수행에 절대 필요하며 효과도 지대하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은 북폭에서 6백50대, 월남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포함해서 8백21대 도합 1천4백71대의 비행기를 잃었지만 어떤 장교는 북폭이 없었다면 미 지상군 80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폭에도 불구하고 병력 및 장비침투가 계속되고 있지만 폭격효과는 한국전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떤 시기에 가면 일시에 무서운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월남전의 전망을 살펴보면 현지에서도 결국 이 전쟁은 군사적으로는 결판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종전뿐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었으나 협상전도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월남전을 남과 북이 마주앉아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너무도 그 규모가 확대, 국제화했다는 것이다.
설혹 호지명이 협상에 응하고 싶어도 공산권에 대한 의존도 때문에 손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며 중·소 대립으로 호에 대한 공산권의 동일보조도 기대할 수 없다.
작년 한햇 동안의 월맹에 대한 중공과 소련의 군사 및 경제원조를 비교해보면 15억불 대 8억불로 전자가 훨씬 많으며 호에 대한 영향력도 북평이 더 세다는 결론이 나온다. 군사원조내용을 보면 중공은 주로 「게릴라」 전용의 소화기 75만정을, 소련은 「샘」 대공미사일 야포 추격포 등 근대중화기 1만점을 제공했다. 이렇게 중·소 두 나라는 호를 자기편에 넣으려고 「원조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문제가 월남전의 「템포」 및 열도와 함수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즉 지상전과 북폭이 가열해지면 질수록 호지명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근대화기를 소련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으며 반대로 산만한 「게릴라」 전이 지속되면 중공원조가 더 효과적인 대항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역설적인 생각 같지만 이제 미·소 평화공존을 부동의 대전제라고 보면 월남전과 북폭이 치열해져 그에 정비례해서 호에 대한 소련의 원조와 영향력이 중공을 능가하게 된다면 1962년의 「쿠바」 대결 후 같은 극적인 협상의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까지는 월남전은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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