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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의 민주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도 예산규모의 엄청난 팽창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개혁안이 각계의 논의의 대상에 올라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이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이 무정견한 일부 여론에 따라서 원칙 없이 수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로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나 자본제 경제의 고유한 논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일부 여론 때문에 정책구상을 수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하는 억지를 가지고 강행하려는 것도 독선적인 폐단이 아닐 수 없다.
본란은 예산규모의 이상팽창과 예산 「베이스」로 조세수입을 한꺼번에 70%나 늘리려는 조세정책의 불합리를 누누이 지적해왔던 것이므로 이를 다시 반복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의 기본질서가 민간기업의 활발한 성장을 기축으로 하는 성장경로에 기대하는 자본 제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예산규모 팽창이나 세제개혁안은 정밀한 재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 제하의 계획적 성장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 어떠한 희생을 지불하더라도 성장율을 높여야 하겠다면, 그러한 성장방식은 국민의 동의하에서 이룩되는 민주적 성장방식은 아닐 것이다. 계획적 성장이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한 채 관료의 독선적 판단만으로 추진될 때 그것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론적으로 자본제 경제 하에서 성장율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다. 정부가 아무리 성장율을 올리려 하더라도 국민이 선택하는 저축율이 그와 부합하지 못하는 한 의도된 성장율을 실천시킬 수는 없다. 이 경우 저축율을 강제적으로 인상시키기 위하여 세수증대를 정부가 기도하는 것도 흔히 보는 예라 할 수 있으나 조세수입증대로 정부저축이 늘 수는 있지만 절대적 보증은 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소비성향을 낮추지 않는한 조세수입으로 정부저축이 는 만큼 오히려 민간저축은 줄어 총저축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쉬운 것이다.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고도성장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세수증대가 총저축의 증대를 가져오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정책을 계속 추진하려 한다면 저축을 초과하는 과잉투자 때문에 「인플레」를 격화시킬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다.
「인플레」를 격화시키는 성장정책은 착실한 성장으로 귀결될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불공평과 대중부담만을 촉진하게 되기 쉽다. 따라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고도성장정책은 비록 그것이 빈곤추방이라는 뜨거운 열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결과적으로 국민에게는 차가운 서릿발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승용 자가용차만도 7천대 이상이 되고 있는 실정에서 종합소득이 연간 5백만원 이상인 자가 이 나라에 1천5백명 밖에 없다든지, 66년말 현재로 광업평균급여가 9천7백여원이며 제조업 평균급여가 6천80원인데 2백90만명의 근로소득자중 월 1만원 이상 소득자가 6%밖에 되지 않는 반면 면세점이 될 6천원 이하 소득자가 70%를 차지한다는 등의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초통계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착실한 성장경로의 계획과 그 민주적인 추진을 정부에 거듭 요망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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