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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베일」을 벗긴다|「생명학」의 동·서 쌍벽|국제생화학회의 토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20일부터 동경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국제생화학회의는 5천명을 헤아리는 세계 52개국의 생화학자들이 모여 「생명의 신비」를 풀고자 열띤 토론을 엮어가고 있다.
참석자중 가장 이목을 모으고 있는 인물은 1959년 RNA(리보 핵산)의 합성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뉴요크」 대학교수 「세베르·오초아」 박사(국제생화학 연합회장)와 생명의 기원에 관한 숱한 저술로 이름난 「모스크바」 대학교수 「알렉산드로·오파린」(국제생화학연합회부회장) 박사-.
일본의 매일신문은 동서에서 쌍벽을 이룬 이들 세계의 생화학 권위사이에 생명의 기원 및 생명의 합성에 관한 토론을 마련했다.
다음은 이 토론의 줄거리이다.
▲오초아=생명의 합성은 현재 어디까지 가능한가?
▲오파린=일반 사람이 품고 있는 가장 커다란 관심거리는 무엇을 생명으로 보느냐에 달렸겠지만 「바이러스」(가장 간단한 생명체)를 효소 적으로 합성한다는 것이라면 1, 2년 사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효소 적인 합성은 생물의 손을 빈 생명합성이며 완전한 인공합성엔 거리가 멀다.
▲오초아=생명의 기원이라는 관점에서는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생겨났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처음에 생겨난 것은 「바이러스」냐? 세포냐? 혹은 가장 간단한 「바이러스」가 먼저 생겨난 뒤 그것이 진화하여 세포가 된 것이냐?
▲오파린=단백질, 핵산 등은 고도로 조직되고 고도로 발달한 결과 생긴 형태이며 「바이러스」 또한 고도로 조직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생명현상을 나타내며 단순한 수용액 안에선 살지 못한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세포가 발생하기 전에 생겨났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처음엔 가장 간단한 「폴리·뉴클리오치드」(생물학적으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한 핵산), 「폴리·페푸치드」(생물학적으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한 단백질)가 생겼을 것이다. 내가 「원시수프」라고 부르고 있는 단계가 생명발현의 단계였음이 틀림없다.
▲오초아=「바이러스」를 세포 밖에서, 다시 말해서 시험관 속에서 효소나 「에너지」 혹은 대사에 필요한 물질과 함께 삶을 영위시킬 수 없을까?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원시의 「수프」(원시의 지구 위에서 생명을 싹트게 한 바다)가 아닐까?
▲오파린=실험실에서 증명되고 있듯이 원시의 지구에서 「폴리·리진」이나 「폴리·아데닌」산이 생긴 직후 「코아셀루베트」(액적)가 생긴 것이 확실하다. 「코아셀루베트」는 많은 종류의 고분자가 원시 「수프」와 서로 작용하면서 분열하거나 증식하거나 한다.
그러나 「코아셀루베트」는 결코 『살아있지는』 않다.
▲오초아=현재 생명합성의 실험을 구상하고 있는데 시험관속에 단백질, 핵산, 그밖에 「에너지」를 얻는데 필요한 물질을 넣어 생명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바이러스」의 핵산이 연구방향을 지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동경=강범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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