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민전당대회 미결의 표리|무승부「강행」대「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신민당은 9월 전당대회를 연기, 당의 정상체제정비란 숙제를 뒤로 돌리게된 것 같다. 당내 각파대표들은 전당대회의 단행과 연기맞선 의견대립을 조정하기 위해 한 달을 두고 절충을 계속했으나 끝내 원만한 타협에 이르지 못하고 17일 열린 운영회의는 최종 결정을 단행의 편에 선 유진오 당수와 연기를 주장해온 조한백 운영회의부의장에게 넘겨 형식상으로는 미결상태에 두었다. 그러나 유당수를 포함한 대회 단행론자는 연기론자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회를 단행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대회연기는 확정된 셈이다.
대회 단행파는 9월15일 이전에 전당대회를 열어야한다는 당헌과 새로운 체제정비가 보다 효율적인 대여투쟁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연기파는 투쟁의 고비가 될 9월에 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 구성을 싼 당내잡음과 대립을 노출시키는 것은 투쟁전열을 헝클어놓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것은 한낱 명분에 불과하다. 대회단행은 유진오 당수를 중심으로 하는 유진산 고흥문 김영삼씨 등 구문징계와 신한계의 비주류인 정해영씨등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엉성한 체제로는 또 정국을 정상화 시킨 뒤로 대회를 미룰 경우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따르는 행동의 제약 때문에 시국수습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아무도 앞장서기 어렵다는 것을 내세워왔다. 그리고 대회를 통한 강력 안 단일지도체제 형성이 이들의 구상이었다.
또 현 단계에서 유씨에 맞설 당수경쟁인물이 없고 단일지도체제로 쉽사리 밀어갈 수 있다는 것도 계산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9월 대회로 유씨 중심의 주류를 형성, 정국수습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다듬으려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연기주장은 윤보선씨를 중심으로 하는 조한백 정성태씨 「라인」, 윤제술 이재형 김재광씨 「라인」등 구 신한계와 민주계의 정일형 김대중씨 등이었다. 이들은 새 체제로 집단지도체 구상에 의견을 같이해왔다. 그러나 조한백 윤제술씨 등이 7인 최고위원제를, 김대중씨가 3인 최고위원제를 구상하는 등 구체안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또 현 단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관철하기에는 유당수 중심이란 「무드」가 아직은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대회를 거쳐 비주류가 되기보다는 현재의 과도체제하에서 대여협상을 주도할 수 있고 (이것은 협상후의 책임을 유당수 등 주류만이 걸머지지 않기 위해 비주류 의견을 더 많이 들을 것이라는 판단)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당의 절대다수가 만족할 수 없는 선에서 투쟁이 끝났을 때 유당수에게 그 책임을 물러 쉽게 집단지도 체제를 관철하거나 또는 윤보선씨의 잠정적인 「롤백」으로 당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는 관측들이다. 어쨌든 대회연기는 당 체제 정돈을 뒤로 미루었으며 이로 인해 정국의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지난2월 민중·신민 양당의 철저한 안배로 엉성한 통합체제를 갖고있는 신민당은 대회를 거쳐야만 정상의 당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9월 전당대회의 연기와 단행의 대립에서 정상체제구축을 둘러싼 각파의 심각한 경쟁의 단면을 노출시켰다.
따라서 정국 정상화 후에 열릴 전당대회에서의 주도권경쟁에 대한 계산은 유당수 등 현재의 주류는 물론 비주류에도 과단성 있는 결단을 막아서는 장벽으로 남았다.
결국 신민당의 대회연기는 정국정상화의 연기며 정국의 혼미는 신민당의 집안 사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하여 실효 있는 투쟁에 차질을 가져올 우려도 더 많아진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이영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