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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서 맞붙은 「험프리」·「풀브라이트」 미국 위기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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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라이시스」(위기)-최근 미국여론의 대명사처럼 떠들썩한 「위기론」을 놓고 미국의 두 원로 객이 태평양의 피서지「하와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존슨」노선의 「험프리」부통령과 「존슨」의 날카로운 비판자인 「풀브라이트」상원외교위원장의 「호놀룰루」격론. 『미국은 바야흐로 두 개의 전쟁에 들어갔으며 그나마 2개 전선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두개의 전쟁이 월남전과 인종 전을 의미한다면 월남전에선 미국이 아주 깊이 개입되어 승기를 잡고있으며 인종 전에선 1백 억의 예산을 들여 「슬럼」(빈민가)을 추방함으로써 두 개의 전쟁은 오히려 서광이 보인다』고 응수했다.
지난 8일 미국법률가 및 세계법률가 대회의 5천5백 대표들 앞에서 「풀브라이트」는 『월남전비 한달 치의 백분의 일만 썼더라도 이토록 추악한 인종 전은 막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은 이제 폭력의 「이미지」를 짙게 하여 세계를 실망시켰으며 더 많은 대포를 위해 「버터」를 줄여야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호되게 정부를 공격했다. 공교롭게도 「풀브라이트」와 함께 공군2호기로 「하와이」를 찾은 「험프리」는 같은 자리에서 『월남전비는 미국 총 생산고 7천7백50억의 3%에 불과하며 전시에 「버터」를 깎아야지 대포를 줄이겠느냐』고 공박했다. 때마침 「와이키키」는 사상최고의 인파로 「번영아메리카」를 역설적으로 만끽- 「위기」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뜨거운 피서지의 논전 속엔 미국민주주의의 시련과 고민이 스며있었다.
지금 「존슨」행정부가 지니고 있는 두 가지 큰 고민인 「두개의 전선」은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사회에서 「보다 더 큰 위기전쟁」으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두 정객의 「호놀룰루」논쟁의 핵심을 살펴보면 주로 국내인종 분규문제를 월남에 관련시켜 서로 공박하고 있었다. 행정부의 입장을 변호하는 「험프리」는 (1)가난 (2)폭력 (3)도시집중을 들어 『미국민주주의는 이 3차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제, 이 「절박한 위기」해소를 위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내놓았다. 「마셜·플랜」을 부활시켜 (1)1억3천만「달러」의 도시 발전 비를 내년예산에 반영 (2)「존슨」대통령의 10% 증세 안에 찬동 (3)각급 학교를 12개월 문열어 교육의 문호를 넓히며 (4)오락교육시설의 대략확장으로 「빈민가」를 몰아내며 (5)직업교육의 대량화로 완전고용을 꾀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풀브라이트」는 다음과 같이 아픈 곳을 찔렀다.
미국이 당면한 두 개의 전쟁-하나는 월남「정글」에서 벌어진 권력정치의 「심벌」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정신의 갈등으로 그것은 침묵 속에 빠진 시민들의 양심 속에 벌어진 전쟁이다. 이 두 개의 전쟁이 국제적인 폭력의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며 한쪽에선 미국의 무력을 인정해주길 바라며 다른 쪽에선 사회정의를 호소하고있는 모순에 빠져있다』고 그는 월남전에서 돌아온 흑인병사가 「디트로이트」라고 초연을 바라보며 『전쟁은 여기야』라고 말했다는 신문보도를 인용하며 『「디트로이트」와 「밀워키」에서 민주사회개혁을 망쳐놓고 어떻게 「라틴·아메리카」에의 사회개혁을 주장하겠는가.』 문제의 핵심은 해외에서 권력정치를 밀고 나갈 수 있느냐 보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상층 하는 도덕적 역할을 어떻게 치러나가겠느냐는 것이다.
인종분재도 결국 『해외(월남전)가 국내를 거칠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세계의 경찰이요 「현상유지」의 방어자로 자부하던 미국의 권위는 울안의 경찰권이 흔들린 채 「위대한 사회」의 꿈이 「병든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이젠 월남평정보다 미국 자체의 도시평정이 더 시급하게 됐다.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험프리」가 묵고있는 「와이키키」해변에 자리잡고 있는 「이리가이·호텔」밖엔 『중세반대·월남전반대』등의 「피켓」이 쳐있었고 극성스런 「데모」대원들은 물 속에까지 들어가 「플래카드」를 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호놀룰루=최규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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