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엔화가치 1달러 = 100엔 눈앞 … 한은 "외환시장 안정책 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엔저(低)가 연일 달러당 100엔 선을 시험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당 100엔 시대가 임박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아베노믹스가 불러일으킨 ‘엔저’의 위력은 계속됐다. 100엔당 원화가치는 1121원으로 전날보다 3.2원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하락했지만 세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전후해 강해진 엔화가치 하락세가 워낙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달러당 엔화가치는 장중 99.8엔까지 떨어지며 100엔 선에 육박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오후 3시 현재 99.69엔으로 전거래일보다 0.49%(0.49엔) 내렸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거래일보다 2.7원(0.24%) 내린 1119원으로 마감했다.

신영미 외환은행 딜러는 “엔화가치 하락 속도가 가파르지만 2008년 11월 이후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선 적이 없을 정도로 달러당 100엔 선은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엔저 현상 등으로 출렁이는 외환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은은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올해 들어 다소 확대되고 있다”며 “필요시 시장안정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률은 2012년 0.29%에서 올 1분기 0.36%로 확대됐다. 특히 이달 8일 환율 변동성 지표는 10.15%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래 10개월 만에 최대 변동이다. 한은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자본유출입 규모 확대,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등에 대응해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필요하면 유동성을 신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분기 역외선물환시장에서 비거주자들은 원화가치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비거주자의 차액결제선물환(NDF)거래는 110억9000만 달러 순매입으로 전분기의 15.2억 달러 순매입보다 6배 이상 많았다. 한은 국제국 김신영 과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