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갔나 「문제해결」|제1차 한·일 각료회담 총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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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1차 한·일 정기 각료회의는 한국 측이 제기한 수많은 현안의 경제문제 중 극히 한정된 일부 문제만을 명확히 했을 뿐 대부분을 「검토」 「고려」 「양해한다」(공동성명)로 호도 한 채 폐막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장 부총리 인사)가 되게 하려던 한국 측 기대가 어긋나고 연초부터 꾸준히 절충해온 상업차관은 또다시 금후의 교섭과제로 남겨졌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 측이 해결하려던 현안문제는 경제협력, 해운, 무역, 농수산, 조세부문을 통틀어 21개 항목에 달하며 그 초점은 2억「달러」의 상업차관문제였다.
한국 측 요청의 주요골자는 제2차 5개년 계획의 조기달성을 위해 (1)2억「달러」의 2년 이내 수출인증(EL)발급 (2)69년말 선박차관 3천만「달러」, 어업차관 9천만「달러」 전량 국내도착 (3)1천9백만「달러」의 영동화전 신규재정차관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최종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1)67년 8월 10일 현재의 상업차관 EL발급 분 5천4백만「달러」의 6개월(68년 1월 10일)이내 EL발급 (2)영동화전 1천9백만「달러」중 1천5백만「달러」의 2년 이내 민간차관공여와 4백만「달러」의 69년 중 재정차관 공여 (3)2년(68년까지) 이내 각 1천5백만「달러」의 선박 및 어업차관공여에 그쳤다.
따라서 (1)67, 68년 중 EL발급이 확정된 상업차관(어업·선박차관제외)은 2억「달러」 한도 안에서는 5천4백만「달러」 영동화전 신규차관을 포함해서도 6천9백만「달러」이며 (2)일본측의 연간 한도 6천만「달러」중 EL기발급분 3천5백만「달러」를 뺀 2천5백만「달러」가 자동 「케이스」였기 때문에 불과 3천여만「달러」를 더 얻은 셈이다.(LG발급분 5천4백만「달러」, 영동화전 67년분 8백만「달러」).
또한 (3)「2년」에서 「3년 반 이내 공장조업상태」로 양보한 나머지 상업차관 제공기준이 다시 「도입완성」으로까지 후퇴 당하여 실행 「스케줄」이 시급히 양국간에 협의되어도 대일 상업차관에 의한 외화조달계획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4)선박·어업차관은 이미 약속된 67연도 분 2천만「달러」에 68연도 분으로 1천만「달러」가 추가된 정도이고 그나마 나머지 부분은 막연하게 시기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측 요구가 이렇게 수정되었기 때문에 「바터·케이스」로(괄호 안은 한국 측 요구) 제기된 조세협정(2억「달러」 차관) 해운협정(선박차관) 원양어업합판투자(어업차관)와 공업소유권문제도 자연히 결말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셈.
그러나 심화하고 있는 무역불균형 시정을 한국 측이 강경히 제기하지 못하고 조세협정체결을 위한 교섭을 오는 10월에 시작키로 한 것은 성과를 거두지도 못한 요청을 관철하기 위해 치른 양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 원인은 일본측의 국제수지 악화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성급히 체결됐던 한·일 협정 때문이다. 정부는 협정 안에 상업차관을 3억불+「알파」가 『얼마든지』를 뜻한다고 주장하지만 일 측은 「알파」를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는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3억「달러」중 일반 상업차관 한도(1억8천만달러)가 거의 도입됐으니 2억「달러」는 완전히 신규가 되며 그만큼 교섭에 난관이 있었던 것.
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경쟁중인 한국에 어선이나 선박수출을 꺼린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것인데도 어업 및 선박차관을 상업차관에 포함시킨 것 또한 근본적인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일 협정당시의 실책의 뒤처리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 한편 일본 국내 여론은 이번의 각료회담이 「장페이스」에 시종 했다고 한마디로 표현, 이해증진과 원칙적인 협의만을 해야할 각료회담이 「노조의 단체교섭」이나 「예산협상」과 같은 인상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된 원인이 일본측의 회의에 대한 사전준비의 결여에 있다고 논평하고 있다.
일본 각료들이 막연히 회의에 임했다가 장 부총리가 「시한」을 계산, 철야절충으로 강인한 교섭을 전개, 결국 일본측은 회의를 매듭짓기 위해서도 「대폭양보」가 불가피했으며 한국의 교섭 기술에 「굴복」했다는 것. 【동경=박동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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