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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 복무거부 증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점령이 부당하다며 이 지역 복무를 거부하는 이스라엘 예비군인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자살 폭탄 테러와 이슬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지역 공격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을 두고 이스라엘 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며, 군 수뇌부 역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비군 장교들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의하면, 소수에 불과하던 요르단강 서안 지역 및 가자지구 군복무를 거부한 예비군 병력의 숫자가 약 두 달 사이에 350명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이 인터넷 사이트는 군 당국이 '하나의 민족 전체를 억압하고, 내쫓고, 굶주리게 만들고, 멸시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경계선은 있다'라는 이름의 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샤이 메누친 소령은 "이 지역 점령은 부도덕하고 비민주적인 행동이다."라며, "지난 35년간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팔레스타인인 3백5십만명이 자유와 평등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이들 복무 거부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이스라엘내 지지 여론이 지난 1월 15%에서 한달사이에 23%로 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자살 폭탄 테러로 카페나 피자가게, 디스코 클럽 등지에서 일상을 즐기던 무고한 이스라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이들의 주장은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

빈야민 벤 엘라이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들 복무 거부자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군 상급자들을 통해 전달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알린 점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또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참모총장이 이들 복무 거부자들 가운데 고위 장교들에게는 직위 해제 및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모파즈 중장은 이스라엘 채널 투와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이들이 계속 명령에 불복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행동은 단순히 복무 거부 차원이 아니라 반란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매우 심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파즈는 이스라엘의 군사 활동 내용을 대변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군만큼 확고한 도덕적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작전에 임하는 군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방에서 정찰활동을 하고 있는 예비군들 역시 이들 복무 거부자들의 행동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에란 엘리아스 대위를 비롯한 동료 장교들은 그들 역시 강제 점령과 유대인 정착 문제, 그리고 팔레스타인 민간 마을 파괴 및 폭탄 공습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팔레스타인들이 단순히 강제 점령 및 유대인 정착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기 보다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와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엘리아스는 "현재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복무 거부는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일년에 3주간 조국을 지키는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나의 의무는 우리 시민들을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것"라고 엘리아스는 말한다.

하지만 복무 거부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야 말로 이스라엘의 존립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논박하며 이스라엘의 도덕성과 국가 안보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ERUSALEM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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