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원병 사전투표율 8.38% … 총선 부재자 투표율의 4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87세시라고요? 67세밖에 안 돼 보이시는데…요즘은 나이에다 0.6을 곱해야 한답니다. 하하하.”

19일 서울 노원구 상계 5동 한신 아파트 노인정을 찾은 새누리당 허준영(61?사진) 후보가 김동식(87) 할머니에게 말을 건네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4·24 재·보궐선거를 닷새 앞둔 이날 허 후보는 30분 단위로 노인정을 돌며 표밭을 훑었다. “평생을 공직에서 일꾼으로 살았다. 이제 누님들을 위해 심부름꾼이 되려 한다”며 할머니 11명에게 큰절을 하기도 했다. 한 80대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잘 보살펴 달라”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상계3동 아파트 단지로 이동한 허 후보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성에게 “허준영입니다”며 악수를 청했다. 남성은 눈인사를 던지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50대 택시기사는 차창을 열고 “허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왜 낮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 아들·딸은 다 허 후보 찍겠다고 한다”고 소리쳤다. 허 후보는 자신의 기호(1번)를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4·24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노원병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허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나가는 모양새다(18일 SBS 안 51.2% vs 허 27.9%, 17일 중앙일보 안 43.6% vs 허 25.5%). 하지만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 성격상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선거라 막판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여론조사는 업체마다 방식이 달라 신뢰할 수 없고 바닥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작년에 한번 출마했기 때문에 어느 지역ㆍ직업군에서 취약한지 잘 알고 있다. 닷새 동안 이분들을 중점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위기 아닌 날이 없는데 (안 후보의) 애매모호한 언행은 국가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황우여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남경필 최고위원 등 핵심 의원들이 노원병을 찾았다. 영화 ‘완득이’의 이자스민 의원, 손수조 당 미래세대위원장도 합류해 허 후보의 유세를 막판 지원했다. 안 후보도 이에 맞서 이날 오전 8시반 ‘사전투표’를 마친 뒤 30~40분 단위로 유세를 이어가며 총력전을 펼쳤다.

노원병과 함께 4·24 재·보선이 치러지는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선 17일 KBS 조사 결과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51.6%)와 같은 당 이완구 후보(65.3%)가 각각 민주통합당 김비오(15.5%)ㆍ황인석(11.4%)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재·보선에 처음 도입돼 19, 20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노원병 8.38%, 부산 영도 5.93%, 충남 부여-청양 5.62%의 투표율로 마감됐다(전체 평균 6.93%). 지난해 4월 19대 총선의 노원병 부재자 투표율이 2.1%였음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허준영·안철수 후보 측 관계자들은 “20대부터 노년층까지 골고루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여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사전투표는 투표 당일 사정상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들이 부재자 신고 없이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류정화 기자 jh.ins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