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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핵심들 뭉쳐 선거 영향 주려는 건 구태정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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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호 08면

최정동 기자

새누리당 이주영(62·창원-마산-합포·4선) 의원은 ‘중도 성향 신박(新朴)’으로 불린다. 2007년 대선 때 친이·친박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기획단장 등으로 중용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으로 정책위의장을 지내 정책과 입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후보 릴레이 인터뷰 이주영 의원

그는 5월 치러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핵심’ ‘구박(舊朴)’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와 더 가까운 최 의원 추대론이 일고 있지만 이 의원은 완주할 생각이다. 그의 원내대표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1년 경선 땐 황우여 대표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정책위의장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경선에선 3등을 했다. 그를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지금 당에 필요한 원내대표 리더십은.
“우선 대선 공약을 실천하고 입법과 예산을 잘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야당과 협상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리더십이 원내대표의 필요조건이다. 또 청와대와는 세련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헌법상 3권 분립 원리를 활용해 국가 발전의 건전한 에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거다. 그런 걸 이끄는 리더십이 원내대표의 충분조건이다.”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당은 거수기란 비판이 나오는데.
“대통령은 ‘경제에 주름살이 오는 경제민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거다. 이미 대선 때 말했던 내용이다. 물론 대선 때 경제 상황과 지금 경제 상황이 다를 수 있어 달라진 상황에 맞는 경제민주화가 뭔지, 청와대와 당 사이에 긴밀한 토론과 공감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과 당의 뜻이 다르면 어떻게 설득할 건가.
“지난해 4월 총선 때 정책위의장으로 박 대통령과 공약을 만들었다. 또 대선 때는 대선기획단장과 특보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과 선거 전략, 인재 영입에 대해 토론을 많이 해봤다. 부담스러운 여론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잘 안 통할 때는 끈질기게 설득했다. 특히 (5·16, 인혁당 논란 등의) 역사 인식 문제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딸의 관계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건의했다. 처음엔 (설득이) 어려웠다. 하지만 열흘 넘게 기회가 될 때마다 전화로든, 만나서든 기탄 없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에겐 논리를 갖고 설득력 있게 말하면 대화가 되고, 공감이 이뤄진다. 대국민 회견 때 강도 높게 사과하라는 건의를 했는데 실제 강도 높은 내용으로 사과했다.”

-박 대통령을 설득하는 노하우가 있나.
“시크릿(비밀)이다.”

-박 대통령의 ‘식사정치’는 어떻게 보나.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과 식사할 때 ‘레이건 대통령이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여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런 소통의 정치를 연구하는 것도 참고가 될 것 같다’고 건의한 적이 있다. (이번엔 박 대통령이) 소수가 아닌 다수를 초청해 식사하니 밀도 있는 토론이 되기는 어려웠을 거다. 앞으론 좀 더 축소된 범위에서 자주 하면 좋겠다. 어제(18일) 법사위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의원들이 건배 제의를 하라고 해서 ‘고도리 이기자’라고 했다. ‘고’독과 ‘도’전의 ‘리’더, ‘이’런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갖자는 의미였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어떻게 보나.
“몇몇 인사와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 과정에서 미스(착오)가 있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은 국민들이 우려하는데 강행했다. 윤 장관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당과 청와대에 엄청난 부담이 될 거다. 하지만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이란 말이 있다. 하루의 추위만으로 세 척 두께의 얼음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통령도 단련돼 무게 있는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다.”

-당내 계파는 어떻게 조율할 건가.
“계파 정치를 없애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정치를 해왔다.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어느 캠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캠프에 참여했다. 대통령이 내게 대선기획단장과 특보단장이란 중책을 맡기며 신임을 줬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계파에 속한 건 아니라고 본다. 나도 주변에 세력을 형성하진 않았다. 반면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후 2012년 대선을 위해 뭉쳐 있었던 게 친박 핵심이고, 구박 핵심 실세인데 그런 건 불가피하게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이미 만들었으면 (그런 계파를) 자연스럽게 녹여주는 게 당 화합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친박) 핵심들이라고 뭉치고, 세력을 형성하려 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면 반드시 반작용이 생긴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어긋나는 구태정치다. 저는 건전한 당·청 간 긴장관계를 설정하고 계파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포지셔닝을 해왔다. 그걸 신뢰하고 지지하는 의원이 많이 있다. 이것이 내 득표 기반이다.”

-야당을 설득하는 전략은 뭔가.
“스킨십이 중요하다. 초선 의원 시절 청와대 국감을 할 때 박지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2000년)의 대가를 놓고 북한과 협상한 것을 집중 추궁했는데, 이후 박지원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자 내가 가장 먼저 식사하자고 제의해 친해졌다. 같은 법사위에 배정되면서 간사 협의가 안 될 때 박지원 원내대표와 물밑 대화로 풀어낸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매일 밤 9시건 10시건 상대방과 만나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을 했다. (야당에) 재량권을 주고 합리적인 논거로 설득해야 한다.”

-당이 세비 삭감, 연금축소, 국민소환제 등 정치개혁안을 발표하고 개헌 특위를 구성했는데 입장은.
“대선 때 내놓은 정치개혁 공약은 다 실천하고,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구체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개헌도 국가 발전에 중요한 어젠다인데 국회가 회피하면 안 된다. 18대 국회 때 (개헌을 논의하는)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맡고 책도 두 권을 내며 노력했다. 하지만 동력이 생기지 않아 잘 안 됐다. 개헌은 꼭 필요한 부분,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권력구조만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를 개헌하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박 대통령도 외면하긴 어렵다고 본다.”

-그 밖에 원내대표로서 하고 싶은 일은.
“국회 선진화법을 안착시켜 의회 문화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려 한다. 또 국회의원들은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자신의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잘 안 생겨 불만이 있다. 그런 걸 불식시키고 ‘소통의 달인’이 되고 싶다.”

-원내대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는데.
“역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각각 4선과 3선 의원이었다. 그게 안정된 체제로 보여 (3선인 최경환 의원에게 정책위의장을 맡을 것을) 제안했는데 수용이 안 됐다. 여러 중진 의원들은 그런 체제가 맞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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