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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제작자|배우감독|배우제작자|영화계에 새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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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때 불란서 영화계를 지배했던 「누벨·바그」는 아니지만 우리 영화계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타·디렉터」(배우감독) 「디렉터·프로듀서」(감독게작자) 또는 「스타·프로듀서」(배우제작자)라는 일군의 낮선 이름들이 이 움직임의 주역들이다. 즉 배우 최무룡 최은희 김진규 제씨는 각각 「메가폰」을 잡았고, 감독 이만희 김수용 정진우 제씨는 「프로덕션」을 창립 또는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우 김승호 장동휘 제씨는 영화제작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영화배우가 작품을 연출하고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 영화 초창기에 활약했던 춘사 나운규는 배우로서 뿐 아니라 감독·제작, 심지어는 「시나리오」까지 직접 써 만능 영화인으로서 재능을 발휘했고 윤봉춘 전창근 양씨는 배우와 감독을 겸했고 신상옥씨는 감독과 제작을 같이 하고있으며 유현목 이봉내 권영순 최훈 전홍직 제씨는 감독으로서 한때 직접 제작을 한 일이 있다. 외국만 하더라도 명우 「로렌스·올리비에」나 「오슨·웰스」그리고 「존·웨인」「마론·브란도」등 배우가 직접 연출 또는 제작을 맡은 일이 허다하다.
이처럼 배우가 감독으로, 감독이 제작자로, 혹은 배우가 제작자로 각각 변신하는 일이 하등 새로울 것이 없으면서도 최근 우리 영화계의 움직임이 하나의 새로운 현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운규의 시대처럼 영화예술이 거의 미분화상태에서 제작될 경우는 한 사람의 탁월한 능력이 각 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오늘날과 같이 극도로 분업화한 시대에 있어서 이들의 변신은 단순히 『돈벌겠다』는 욕심에 앞서 기업으로서의 영화예술이 어떤 벽에 부닥쳐 있음을 암시하고있다.
가령 한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제작자들의 부단한 간섭을 받는다. 『「베드·신」을 더 넣어라』『여주인공을 더 울려라』라는 식의 주문이다. 또 연기자는 연기자대로 감독에게서 연기의 제약을 받는다. 이런 간섭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게 작품에 대한 작가적 양심을 살리고 연기를 심화시키는 길은 스스로 제작하고 스스로 「메가폰」을 잡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들의 변신이 대부분 인기나 역량의 사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예가 허다한데 이번 경우는 모두 인기의 정상에 있는 현역배우요 감독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끈다.

<배우감독>
「피어린 9월산」에서 첫 「메가폰」을 잡은 최무룡씨는 「한 많은 석이엄마」「나운규의 아리랑」「고응」「서울은 만원이다」「연화」등에서 감독 또는 감독과 주연을 맡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최은희양은 「민며느리」에 이어 「공주님의 짝사랑」, 김진규씨는 「종자돈」을 감독하고 있어 마치 인기배우들의 「감독경쟁」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감독제작자>
감독으로서 「프로덕션」을 가진 예는 많지만 최근 정진우 감독은 「초우」에서 흥행에 성공하자 「초련」「밀월」「4월이 가면」등 일련의 영화를 스스로 제작, 사랑의 「테마」를 꾸준히 추구하고 있으며 「만추」「기적」 등에서 색다른 실험에 성공한 이만희 감독은 개인 「프로덕션」을 내어 「귀로」「면회」등 야심작을 감독, 제작하고 있고 「만선」「산불」등에서 한국적 「리얼리즘」을 추구한 김수용 감독도 곧 개인「프로덕션」을 갖는다는 소식이다.

<배우제작자>
TV 「드라머」「돌무지」에 출연했던 김승호씨는 스스로 「돌무지」제작에 착수했고 장동휘씨는 동인「프로덕션」이란 이름으로 그동안 월남 「로케」를 비롯한 몇 작품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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