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통령 취임식에 박병석 부의장 특사로 "야당의원 파견 이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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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주통합당 소속인 박병석(사진) 국회 부의장을 대통령 특사로 베네수엘라에 파견했다. 박 부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열리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사로 참석하기 위해 18일 출국했다. 박 부의장 측은 “17일 청와대와 외교부에서 ‘정부를 대표해 경축 특사로 나서 달라’는 부탁이 왔다”며 “박 부의장이 18일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현지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박 부의장은 출국에 앞서 “외교안보와 민생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암으로 사망한 뒤 지난 14일 실시된 대선에서 50.75%를 득표해 승리했다.

 청와대가 현직 야당 의원을 특사로 파견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기록을 다 검토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의 특사파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실용 외교’를 보여주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부의장은 한·베네수엘라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을 껄끄럽게 여겼던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특사 파견 움직임에 불편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박 대통령이 특사 파견을 결정한 건 베네수엘라가 원유매장량 세계 1위 국가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국회의장단과 오찬을 함께할 당시 박 부의장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론을 제안하자 이를 꼼꼼히 메모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 고 밝혔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베네수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자원외교의 공간이 넓다”며 “야당 의원이지만 박 부의장이 현지에서 많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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