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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MB 국정원’에 칼날 겨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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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원세훈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가 검찰 손으로 넘어왔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수서경찰서는 18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28)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이모(38)씨와 일반인 이모(42)씨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은 경찰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국정원 관련 의혹은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인 만큼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즉시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나섰다. 팀장에는 이날 중간간부 인사에서 여주지청장으로 발령 난 윤석열(53·사법연수원 23기) 특수1부장이 임명됐다. 여기에 신임 공공형사부장으로 발령된 박형철(45·25기) 대검 공안2과장과 검사 6명(공안 3명, 특수 1명, 첨단 1명, 형사 1명), 수사관 12명, 디지털 포렌식 요원 등 수사지원인력 10여 명이 배치됐다.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는 ‘MB 국정원’ 색깔 지우기에 나선 박근혜 정부가 검찰을 통해 국정원 개혁작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재준 국정원장 직속인 국정원 감찰실장에 차장검사급인 장호중(46·21기)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감찰실장에 외부인사가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공안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총괄지휘를 하되 검찰 내 대표적 특수수사통인 윤석열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임명하고 공안·특수·형사부 검사들을 고루 배치한 것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정치적 시빗거리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6월 19일까지여서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아서다. 특별수사팀은 필요에 따라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일 수도 있다. 이미 출국금지돼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하다.

  ◆경찰 “선거법 위반 아니다”=경찰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국정원법 9조 ‘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글은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계획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경찰 의견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 기소 여부와 적용 법리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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