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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연금저축 '묻지마 가입' 노후가 초라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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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장

은퇴 준비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실상은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빈곤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과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현재의 원리금 보장상품에 편재된 금융자산 운영이 지속될 경우 고령자 층의 빈곤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은 은퇴 후 가장 기본적인 소득원이다. 우리나라의 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 개인이 자유롭게 가입 가능한 개인연금(연금저축)의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민연금은 근로자의 65%가 가입해 있다. 그러나 은퇴 전 소득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율인 ‘실질소득대체율’은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재정 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수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린다. 그러니 이제 개인연금 같은 사적 연금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노후를 좀 더 풍족하게 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은퇴준비를 위한 분명히 필요한 과제다.

 올해 정부의 세제 개편 내용을 보면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연금 가입 문턱은 낮췄고, 세금 혜택 등을 통해 연금을 더 많이 붓게 하려는 유인책이 마련됐다. 더욱이 연금저축 수령액에 대한 분리과세 기준도 공적 연금을 포함한 600만원에서 공적 연금을 제외한 1200만원으로 변경했다.

 이런 혜택은 어느 금융사의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연금저축상품 중 연금저축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수익률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연금저축 리포트에서도 나타났듯, 장기 투자 시 물가상승 리스크를 넘어설 수 있는 상품은 연금저축펀드였다.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연금저축 신탁 및 보험(세제 적격)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연금저축계좌 개념의 도입으로 연금저축펀드의 포트폴리오 투자가 자유롭게 됐다. 계좌 내 다양한 펀드로 분산투자를 함으로써 위험관리가 가능해지고 시장 변화에 따른 리밸런싱이 용이해졌다.

 연금저축 가입에서 걸림돌이었던 중도인출 금지도 완화됐다. 특히 세금 부담이 없거나 낮은 금액부터 인출되도록 한 점이 매력적이다.

 우리 사회는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연금저축계좌는 거의 모든 금융권에서 가입 가능한 대표적인 노후준비 상품이다. 하지만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하더라도 무작정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를 생각하면서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익률 부분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심이 요구된다. 또한 연금자산 축적 단계에서부터 은퇴 후의 분배 단계까지 다각적으로 고려한 종합 은퇴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금융회사를 선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