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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게 알고 쓰자|농약 파라티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유독 물질이 있다. 핵실험에 의한 「죽음의 재」, 연탄「개스」, 대기 속의 발암물질, 각종 합성마약, 유해색소, 그리고 강력한 농약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오늘날을 인공독「매스프로」(대량생산)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판국인데 66년부터 최강의 독물인 「파라티온」(일명 살인농약) 원료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66년이 65년보다 2배 이상, 67년이 66년보다 3배 이상이라니까 기하급수보다 더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 셈. 「파리티온」의 판매사용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되고 있지 않으므로 「파라티온」의 정체를 다시 한번 알아보고 그로부터 해를 입지 않도록 하자.
외국선 쌀·과일·소채 등 농산물을 인공적으로 증산시키는 인공농작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이 인공농작 시대를 지탱하고 있는 두 기둥이 비료와 농약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인공농약시대를 지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농약이 사용되고 있고 그 양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렇게 종류와 양은 많아지는데 농약 사용에 대한 계몽이 철저치 못해 사용자인 농민들은 농약의 용도, 성질을 혼동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일조차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농약의 거의 전부가 다소간에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주의 등으로 사고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파라티온」은 독일서 2차대전 전에 개발한 최강의 독「개스」인 G「개스」에서 얻어낸 유기인제 농약. 이 농약은 이화명충, 벼 잎굴 파리 등을 비롯한 모든 벼의 해충, 과수의 진디물 응해 따위, 잎 말리나 병, 심식나방, 기타 채소의 해충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살충효과를 나타낸다. 곤충의 몸에 닿아도, 마셔도 무서운 신경독의 힘을 발휘해서 죽어버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싸니까 농약으로선 최고품. 그러나 독성이 너무나 강하다는 게 문제. 일본의 경우 「파라티온」은 수많은 농약 중에서 특히 특정독물로 지정된 7종 중의 하나. 특정독물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으로 알아도 무방할 지경이라니 그 위력을 알 만하다.
「파리티온」의 원액이 든 병마개를 따기만 해도 거기서 나오는 「개스」로 목숨이 없어질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파라티온」을 일반인이 단독으로는 못쓰게 하고 있다.
지도원이 따르는 가운데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고있고 일단 그 「파라티온」을 썼을 때는 위험표시를 하여 다른 사람이 위험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서의 「파라티온」사고는 상당하다. 그 나라의 지난 65연도의 농약 자살자는 7백75명이었는데 그중 2백93명이 「파라티온」을 썼고 1백5명의 중독환자 중 65명이 「파라티온」피해자였다. 그런가하면 일본 농촌의학 회에서 66년 6월 1일부터 동 9월 30일까지 4개월간 전국의 4천3백21명에 대해 조사한 바 농약에 의한 급성 중독증상을 나타낸 사람이 남자 44.6% 여자 35.8%(평균 42.3%)였다. 이 조사에서도 「파라티온」에 의한 중독 증상자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파라티온」의 독성이 강하여 사고를 내긴 해도 워낙 농약으로선 우수한 것이기 때문에 줄곧 사용은 해왔으나 점차 사용량을 줄여왔다.
그러다가 저독성 유기인 제도 개발되어 나오고 해서 일본 정부는 3년 뒤인 70년부터 「파라티온」의 제조와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들어 「파라티온」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60년 1백9톤, 62년 1백50톤, 63년 20톤, 64년 56.8톤(이상 모두 약품)으로 1년에 쓰이는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65년부터는 원체를 들여다가 46.7%의 제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65년이 37.5톤, 66년 96.5톤, 67년이 당초의 1백44.8톤에 추가 2백10톤으로 도합 3백54.8톤으로 급격한 증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과수에 쓰게 하고 있는데 일반 농약 사에서 쉽게 「파라티온」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 등에 쓰기 위해 사갈 가능성이 많다. 특히 약효가 좋고 값이 싸기 때문에 농민들은 「파라티온」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경찰당국을 비롯하여 어느 기관에서도 농약에 의한 사고 통계를 잡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의약학계 어느 곳에서도 농약의 중독증상 등에 대한 조사를 해본 일이 없다. 그리고 보사 당국에서는 독극물인 농약의 제조·판매·사용에 대한 아무런 관리도 않고 있다. 그렇다고 「메이커」가 사용한 뒤 위험표지를 하도록 농민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지도 않다.
그러므로 값싸고 좋은 약 사다 쓰려는 사람의 위험을 방비할 아무런 길도 없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파라티온」같은 강한 농약 때문에 익충과 익조가 죽고 흰불나방의 천적을 죽여 그 지독한 곤충의 증식을 돕고 있다. 심지어 반딧불까지 전멸시키다시피 해서 농촌의 한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하지 못하게 한 것도 농약인 것이다. 인공독 「매스프로」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책이 나와야 겠다. <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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