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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하키 "우승까지 노렸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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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얼음판의 붉은 악마'였다. 그들은 강하고 용감했다.

북한은 30일 미사와 빙상장에서 열린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 여자아이스하키 첫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카자흐스탄과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북한은 맹렬한 투지와 탄탄한 기본기를 과시하며 선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경기장에는 60여명의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인공기를 흔들며 북한을 열렬히 응원했다.

아오모리.아키타.미야기 등 동북 3현에서 온 50대 이상 노년층이 20여명, 센다이에 있는 조선초중고급학교 학생이 40여명이었다. 이들은 30대 중반 남자의 지휘에 맞춰 "이겨라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를 외쳤고, 북한이 동점골을 넣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계속 전진""까라 까라 코리아"를 연호했다.

응원을 지휘한 30대 남자는 "단체로 온 것은 아니고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왔다. 나는 젊으니까 응원을 이끌라고 해서 즉석 응원단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벌어진 한국-일본전에서는 한반도기를 흔들며 한국을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이원선 감독은 "세 팀에서 선수들을 뽑아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세 시간씩 훈련했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마스크를 벗고 정렬하자 북한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저 아이들은 아시아 사람이 아니구만…". 우승을 노리고 나왔던 북한 선수단의 아쉬움을 제대로 표현한 한마디였다.

아오모리=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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