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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선정기준|문제된 「국제영화제 출품작 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각종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한국영화가 과연 우리 영화를 대표할 만한 작품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그 선정 기준·방법 문제가 새삼스럽게 영화계에 제기 되고있다
공보부는 지난 2월 새 영화법에 의거, 영화의 기본정책과 영화행정에 관한 공보부장관의 자문기구인 영화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민선 6인(박종화 강원용 유한철 이어령 김은우 이순근) 관선 5인(공보부장관 공보국장 영화과장 중앙정보부 보안과장 치안국 정보과장)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동시에 해외영화제출품작을 선정하는 권한도 가져, 그 동안 「베를린」 「베니스」 두 영화제의 출품작을 심사, 결정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날 23일 「베니스」영화제 출품작 선정을 끝낸 사흘 뒤 영화위원인 강원용 이어령 양씨가 「일신상 사정」이란 이유로 위원직을 돌연 사퇴함으로써 출품작선정을 둘러싼 어떤 불투명한 여운을 남겼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출품작 2편 가운데 1편이 지난번 「베를린」영화제 출품 심사 때 예선에도 들지 않았던 작품인데 「베를린」영화제보다 수준이 높은 「베니스」영화제에 내놓게 된 심사기준의 모호성과 그 선정방법이다.
들리는 말로는 일부 영화위원은 출품작품을 사전에 보지도 않고 선정투표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세계의 눈」에 비칠 대표적인 한국영화를 뽑는데 있어서 더군다나 출품작에 따르는 막대한 「이권」(출품작 제작자에겐 시가 3백만원 상당의 외화수입 「쿼터」를 보장함)을 생각할 때 적잖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각종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영화(별항=영화업자협회 집계)는 약 1백편이 된다. 그중「아시아」영화제 출품작만 61편, 나머지 약 30편이 「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한 서구지역의 영화제에 진출했다.
그러나 여기서 특기할 일은 그 많은 출품작이 대부분 상의 안배설이 떠도는 「아시아」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탔을 뿐 서구영화제에서는 거의 무시되고있다는 점이다. 「아카데미」나 「칸느」영화제에는 비길 수 없으나 그래도 비교적 권위가 있는 이 서구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그나마 존재를 인정받은 것은 「마부」(61년 「베를린」) 「열녀문」(63년 「베를린」) 「10대의 반항」(6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특별 아동 연기상을 받은 정도이다.
그러면 세계영화시장의 외곽지대를 헤매고있는 우리영화의 결정적인 결함은 어디 있는 것일까. 우리 영화계의 「베스트·원」으로 기억될 영화 「벙어리 삼룡」의 경우를 보자. 이 영화가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참가했을 때 당지의 신문들은 한결같이 『감상적이고 낡은 수법』이라 혹평했다. 흔히 「로컬·칼라」를 내세우나 그 외국인들은 『색다른 의상과 풍습이 눈에 띄지만 작품에 아무런 향기를 주지 못한다』고 했다. 영화는 이제 세계적인 언어로 통한다. 그것은 문학이나 연극에서 독립된 영화고유의 표현형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낡은 감각에 의한 낡은 수법 아니면 인간부재의 한낱 관광취미의 영화로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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