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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열전실화 - 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지도를 펴놓고 보면 「이스라엘」의 전승은 군사지리학의 상식에 도전하는 「사막의 기적」처럼 생각된다. 북은 「레바논」, 북동은「시리아」. 동은 「요르단」, 서남쪽이 「아랍」공화국-이렇게 「이스라엘」은 문자그대로 사면초가의 고도에 틀림없다.
적국과 맞닿아있는 경계선이 장장 9백51킬로인데다 「이스라엘」북반의 잘룩한 허리부분의 최단 횡 단선은 불과 14킬로밖에 안 된다. 이 나라의 어느 지역이든 「아랍」땅을 기점으로 50킬로 이내의 거리에 들고 그중 북반 전역은 송두리째 「요르단」의 포성 유효사정거리 안에 노출된다. 수적으로 「아랍」인구 6천만에 「이스라엘」2백50만은 아예 비교도 안 된다.
이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이스라엘」이 전쟁 1주일만에 「나일」하반의 「파라오」를 굴복시킨 것은 군대는 물론 국민전체의 사기와 현대무기의 유감없는 활용 때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 2백50만의 「이스라엘」은 평상시에도 1백만명을 동원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거기다가 「다얀」장군의 전격전이 주효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싸움은 적토에서』라는 대전제 아래 ①「아랍」방어선의 신속한 돌파 ②적토 깊숙이 신속한 침투 ③「아랍」「탱크」부대의 유인 공격-이라는 3단계의 작전계획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전쟁 사흘째 되는 7일 「이스라엘」 「탱크」부대 3개 사단은 「시나이」반도의 「비르·가프가파」에서 「아랍」 「탱크」부대 7개 사단을 포위하여 24시간동안 격전을 벌인 끝에 1천대의「아랍」 「탱크」를 파괴했다.
여기서 사막의 지상전은 사실상 승패가 판가름나 버렸다. 「아랍」측은 주력「탱크」부대를 상실한 것이다. 「시나이」반도의 열사에서 주역을 맡은 것은 미제 M48 「탱크」였다.
「아랍측은 T54「탱크」를 동원했다. 성능은 「아랍」측의 소련제가 월등히 우수한 것이다. T54는 높이 2백40센티로서 M48 보다 70센티나 낮아 편편한 사막전에서 「이스라엘」의 포화를 쉽게 피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뿐아니라 M48에는 90밀리 포가 장치됐지만 T54에는 1백밀리 포가 장치돼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은 3천미터 밖을 정확히 맞힐 수 있는 중동 유일의 망원조준기를 가졌다.
3천미터 밖의 물체를 적중하는 이 망원조준기로 「이스라엘」은 지상전의 승리를 거두었다.
공중전에는 「이스라엘」은 7일까지 4백41대의 적기를 파괴했는데 그중 4백10대가 전쟁 첫날 결딴났다. 「이스라엘」은 첫날 「아랍」공화국 쪽에만 8회나 「미스테르」 편대를 출격시켜 16개의 공군기지와 「미사일」기지를 지상 파괴했다.
사흘동안 파괴된 4백41대중엔 「미그」21이 1백45대인데 이것은 소련이 「아랍」국가에 제공한 「미그」21의 거의 전체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그」21은 음속의 2배에다 「아톨」 공대공「로키트」와 2개의 30밀리포를 장비하고 있어 「아랍」사람들의 최대의 자랑거리였지만 고도의 조종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 현대병기도 「아라비안·나이트」의 꿈속에 사는 「아랍」사람들의 손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만 것이다. 이번 전쟁 중 최대의 「코미디」가 하나 있었다. 「아랍」공화국의 「미그」21이 실수로 다른 「미그」21이 한 대를 「아랍」상공서 격추시켰다. 그러나 지상의 포대는 「미그」21을 격추시킨 또 하나의 「미그」21을 적기 「미라주」3C로 오인하고 이것마저 대공포로 격추시켜버렸다.
「이스라엘」군의 전사자중 장교의 비율은 전쟁사상 가장 높았다는 통계다. 이것은 진두지휘하는 장교들의 사기를 증언한다. 반대로 「이스라엘」의 손에 붙들린 「아랍」군 포로 속에는 이례적으로 장교의 수가 적다는 게 밝혀졌다. 「아랍」장교는 불리하면 「지프」로 패주 했다. 60% 이상이 「나일」강의 기생충 환자인 병사들은 신발을 벗고 뜨거운 사막을 뛰다 쓰러져 『물!물』을 외치면서 죽어갔다.
전쟁이 나던 날 「카이로」시내 「기자」의「골프」장에선 몇 명의 장교들이 유유히 「그린·필드」의 「홀」을 돌고 있었다. 「요르단」 군장교의 참호 속에선 잡지 「플레이·보이」서 잘라낸 전라의 여자사진과 영국제 두통약, 「트럼프·카드」 같은 게 쏟아져 나왔다.「아랍」의 군대가 이렇게 장교의 군대와 병사의 군대로 분열되어있는 이상 「이스라엘」과의 전쟁은 백전백패로 끝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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