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폭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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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다. [뉴시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56) 회장이 16일 보유 주식 전량 매각과 경영권 포기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금융 당국의 방관 속에 공매도 세력과의 힘겨운 싸움에 지쳐 국내에선 더 이상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 세력의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사업자금에 쓰여야 할 회사 돈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고 있다”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상반기 내로 셀트리온 지분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생명공학(BT) 기업인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유럽연합(EU) 승인이 이뤄지는 5~6월 중에 공개 매각 진행 절차를 거쳐 올해 내에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그러나 어떤 해외 제약사가 자신의 보유 주식을 살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서 회장이 보유 중인 셀트리온 지분은 셀트리온홀딩스 97.28%, 셀트리온헬스케어 50.31%, 셀트리온지에스씨 68.42%, 셀트리온에스티 7.27%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지주회사로 셀트리온 지분 20.69%를 보유 중이다. 그는 “상장 안 된 지분까지 모두 처리할 예정이고, (매각 의사를) 번복할 일도 없다”며 “(다국적 제약회사에 셀트리온을 매각함에 따라) 회사는 발전하겠지만 대한민국에는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탐욕적인 자본세력에 농락당하며 회사와 소액주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허위 악성루머를 악용하는 공매도 세력과 우리나라의 기업 현실을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난 2년간 정부에 감시 및 규제 요청을 해왔지만 (정부는) ‘창조적 기업’ 슬로건만 내세울 뿐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서 회장은 특히 국내 공매도 관련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기관투자가 비중이 작은 코스닥시장은 별도의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가진 것을 포기하며 요구한 만큼 (이번 결정이) 정부의 공매도 규제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정진 회장은 30대 중반 최연소로 대우자동차 임원이 되면서 알려진 뒤, 2000년 2명의 직원과 함께 ‘넥솔(셀트리온의 모회사)’을 창업했다. 12년 만에 셀트리온을 직원 1500명, 시가총액 4조3500억원대의 회사로 키워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서 회장이 보유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힌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보다 5% 오른 4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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