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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국회 빼빼 의원 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도 국회에서 가장 마른 14명의 의원들이 최근 「빼빼 의원 회」를 결성하여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14명의 의원은 『우리는 대중(살찐)으로부터의 보호를 요구한다』는「슬로건」을 내걸었다.
회원자격은 체중계에 의한 엄격한 체중검사에 의해 심사된다. 56.8킬로(125파운드)이상의 체중소지자는 회원자격이 없다. 「빼빼 의원 회」 창립총회에서는 체중 41.8킬로(92파운드)를 과시하는 「파라칼·메논」 의원이 당당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창립회원 중 가장 작은 체구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의 회장선출엔 아무 이의도 없었다.
창립총회 임시의장으로 사회하던 「주가나트·파하디아」 의원은 의장직권을 회장 「메논」 의원에게 넘겨주면서 『우리는 의자를 두 개 쓸 필요 없다』면서 「메논」 의원과 같은 의자에 앉음으로써 「빼빼 의원 회」 회원으로서의 면목을 약여케 했다.
회장 「메논」 의원은 『우리들 마른 사람들은 중대한 의안을 결의 채택하기 전에 무엇보다도 먼저 영양보급이 급무』라고 결정, 「아이스크림」과 「호트케이크」 모양의 인도 고유의 과자를 공급했다. 이어 의회 전속의사 「마준도르」 박사는 이들 회원에게 「비타민」제를 급여했다.
이에 원기 배증 된 「메논」 회장은 「빼빼 의원 회」의 기본정책을 천명했다. 『첫째,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덜먹기 때문에 모든 식당에서 정가의 반액만 지불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승차료도 체중 따라>
『둘째, 「버스」·기차·비행기 등 모든 운송기관의 요금은 체중에 따라 지불해야 합니다.』
회장의 지극히 타당한 열 번에 공명한 얌전하게 생긴 한 말라깽이 의원은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뚱뚱한 친구들이 「버스」에서 우리 옆자리에 앉는 경우엔 그 보기도 싫은 묵직한 손짝을 우리 다리 위에 놓지 않도록 해야 됩니다.』
그러자 또 다른 회원도 흥분했다. 『뚱뚱한 친구들은 우리하고 악수도 삼가야 해요. 도무지 우리 손가락이 견뎌 낼 도리가 없어요.』
회원들의 열성적인 공명에 신이 난 「메논」 회장은 덧붙여 말했다. 『크고 억센 외국인들도 우리하고는 악수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외국인들과 악수하는 건 지긋지긋해요. 우리는 악수하는 만풍을 버리고 「나마사카르」(턱 아래 양손을 합치는 인도 고유의 인사법)를 해야해요.』

<살찌면 자주 앓아>
또한 회원이 『우리는 국가로부터 우유 「버터」 계란 등을 무료로 배급받아야 됩니다』고 가냘픈 소리로 제창하자 의원 전속의사가 말을 가로막아 『여러분, 살찌려면 우유 계란 같은 것보다는 전분과 지방이 많은 것을 먹어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내가 살이 쪘을 때에는 병이 자주 생겼는데 마른 이후부터는 병이라곤 걸려본 적이 없다』고 마른 것이 건강에 좋다고 자랑했다. 살쪘을 때에는 체중이 얼마나 나갔느냐고 묻자 그는 56킬로쯤 나갔다고 대답했다. 살쪘던 때도 56킬로였다면 그때다. 이때 회원들이 5일 전에 발족된 「뚱뚱이 의원회」 회장 「필루·모디」 의원을 초청하기로 의결, 즉각 그를 데려왔다. 「뚱뚱이 의원회」 회원 자격은 90킬로(2백 파운드)이상의 체중소유자라야 한다.
어슬렁어슬렁 들어선 뚱뚱이 회장 「모디」 의원은 빼빼 회원 앞에 조금씩 놓인 「아이스크림」과 과자들을 보고 웃으며 빈정댔다. 『체중만이 아니라 식량에도 차이가 있구먼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얘기해서 구호품을 좀 얻어야겠는데, 이 회에서 제일 살찐 분이 우리 뚱뚱이 회원이 되려면 아득하겠군.』 빼빼들의 의결 사항을 일별한 「모디」 의원은 『여보시오, 이 결의는 타당하지 못한 것 같은데, 난 뚱뚱이 회장으로서 엄중 항의해야겠소』하며 너털웃음으로 비꼬았다. <이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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