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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공개투표」 - 보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정과 불법이 판친 부정선거 지역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그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로 경찰간부·부읍장 등이 속속 걸려들고 있는 보성 지구의 부정선거의 「베일」을 벗겨본다.
전남 제10지구 보성에서 치러진 6·8 총선의 부정선거혐의는 검찰의 현지특별수사(반장 대검 김선 검사·광주지검 관하 박태운 주상수 서재웅 검사)로 그 전모가 차츰 벗겨지고 있다. 대규모 공개 투표와 대리투표 등으로 선량한 주권은 눈가림을 당한 채 부정의 회오리에 귀중한 한 표를 빼앗겼다.
총유권자 8만5천명(48투표구), 보성의 선거전(양달승=3만1천8백68표, 이중재=2만8천6백51표)은 특히 다른 지역구에 비해 경찰을 비롯한 행정지원의 총력으로 이루어졌음이 특색. 공화당의 양달승(전 청와대 비서관) 후보는 세칭 「벼락공천」으로 공화당 추천을 받았으나 선거기반은 형편없이 약했다.
이 때문에 보성 지구에선 당 자체보다 이지역 경창의 총책인 보성 경찰서장 박종록(양씨와 인척관계)씨등 관서에서 선거전을 앞장서 거들었다.
양달승씨의 측근참모였던 안원태씨는 『박 서장이 3백만원을 양씨로부터 받아 선거자금으로 뿌렸다』고 폭로했으며 박 서장과 벌교 지서장 최상영 경위는 지난 5일 밤 벌교읍장 구정모씨가 읍내 이장 64명을 모아놓고 『공개투표 하라』고 지시한 자리에 직접 참석, 독찰을 했다.
이에 대해 최 경위는 경비차 참석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박 서장은 양달승씨가 지난 1월 H군에서 보성 서장으로 끌어온 사람.
또 벌교읍장 구정모씨는 5일 하오 선거관리위원 44명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벌교 사람은 벌교 사람(양달승씨를 가리킴)을 뽑아야 한다. 자의에 의해 토표지를 보이는 것은 법에 안 걸린다』고 말하면서 공개 투표하도록 했고 모 국민학교 분교 준공식 땐 소방차에 술등을 싣고 「선거 술」을 냈다는 것.
특히 부정선거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벌교읍 문덕면 지역은 신민당 이중재씨가 「보성 출신」인데 반해 공화당의 양달승씨는 「벌교출신」이라는 지연 싸움을 내걸며 투표 날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 벌교 읍 10개 투표구중 2개 투표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거의 공개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 이·양 후보간에는 문덕면에서 5백표, 벌교 읍에서 6천3백48표의 표차가 벌어졌다.
벌교읍내의 「융화협의회」(회장 조병수씨·회원 30여명)는 벌교출신을 민다고 의용 소방차를 동원, 각 동리를 쏘다니며 양씨의 선거운동을 했고 「애향지사회」(회장 김창진·회원 50여명)라는 청년단체는 투표 날 아침 벌교읍내 각 투표구의 접수구에 지켜 서서 야당 참관인을 끌어내는 등 시비와 폭행을 일삼았으며(주민R씨의 말) 심지어 제8투표구에서는 이천열(28)이라는 청년이 기표대위에 장승처럼 선채 투표광경을 지켜보기도 했다.
보성 지구의 선거 뒤끝이 시끄러워지자 오금이 질린 노동면 산업계장 윤기열씨는 12일 벌교 읍 학동 이장에게 『읍이나 공화당에서 유권자에게 준 자금에 대해 일체 말하지 말고 받은 사람들도 말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편지를 띄웠고, 이것이 드러나 편지는 검찰에 압수되었다.
이미 검찰에 구속된 벌교읍사무소 직원 조기태(40) 장양동 5구 이장 김기현(30)씨 등은 제8투표구 유권자들에게 무더기 통지표를 나눠준 뒤 선거인 명부에 거짓으로 무인을 찍어 공개투표를 한 사실을 자백하는 등 어마어마한 부정선거행위를 저질렀다. 보성 지구의 부정선거 뒤끝은 갈수록 곪집이 터지고 있다. <보성=김석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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