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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텔아비브=안재훈 통신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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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나님의 사자가 날이 새도록 「야곱」과 싸우다가 「야곱」을 이기지 못하자…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가르되 「야곱」이니이다. 그 사람이 가라사대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르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창세기 32·24-28).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은 신과 싸운 사나이다. 기원전 18세기 「아브라함」이 신정을 베풀었고 기원전 15세기 「모세」가 「이스라엘」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여 정착한 「가나안」땅인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왕국이 탄생한 것은 기원전 1020년. 지리적으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대륙을 잇는 교량적 위치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이집트」·「앗시리아」(712BC), 「바빌론」(586BC)에 시달렸고 135년 「로마」제국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후 유태인들은 그들의 조국을 그리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후에도 「아랍」인(636), 십자군(1099), 「매미루즈」(이집트 노예·1250), 「터키」(1517) 등에 차례로 짓밟혀왔다. 유태인의 선조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며 「아랍」인의 선조는 「아브라함」과 그의 시녀 「하가」에서 나온 아들 「이스마엘」이다. 유태인과 「아랍」인은 다같이 「아브라함」의 자손들로서 형제들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20여 일간 「아랍」제국의 직접적 도전을 받아온 「에슈콜」수상은 지난 5일 전쟁이 터지기 직전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한다』고 선언했다. 유태인의 호전성과 배타성은 2천5백년동안 타민족의 박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인지 모른다. 「나세르」의 「아카바」만 봉쇄로 중동 위기가 국제적 위기로 발전됨에 따라 힘입은 「이스라엘」은 일단 이번 전운이 「유엔」이나 강대국을 통한 외교적 조정활동으로 가시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지난 2일 야당인 「다얀」장군을 국방상으로 등용하는 등 전시내각으로 개각할 때 벌써 선제기습을 예고해주었다.
현지 「유엔」보고를 들을 필요도 없이 불과 2만7백 평방 킬로(경북 정도) 넓이에 인구 2백63만병의 「이스라엘」이 개전 85시간만에 「이집트」「요르단」「시리아」를 두 손 번쩍 들게 했고 인구 1억1천만명의 「아랍」14개국의 영도자 「나세르」「이집트」대통령이 사임소동을 벌이는 등 제3세력(아랍권)을 와해시킨 것으로 보아 치밀한 계획으로 「나찌」식의 전투작전을 감행했음이 틀림없다.
더 많은 분쟁의 씨를 남기고 막을 내린 6일간의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독립된 지 19년 된 「이스라엘」은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1천만의 유태인들로부터 모은 20억불 이상의 헌금과 미국 원조 16억불 그리고 서독의 보상금 8억2천만불 등 약 45억불로써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었다.
64년까지 연 10%의 경제성장률로 서구와 맞먹는 생활수준을 누리던 이 나라도 65년부터 연 10%의 「인플레」를 억제키 위한 긴축정책과 동족 헌금, 미국원조의 격감과 서독 보상금 지불 완료 등으로 새로운 공장이나 사업을 하나도 착수 못한 실정이며 작년엔 인구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한 1.6%의 성장율을 나타냈다. 실업이란 말을 들을 수 없던 이 나라도 이제 노동인구의 10%이상인 10만 명이 직장을 찾아 헤매는 형편이니까 좁은 땅덩어리의 「이스라엘」은 밖으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나올법했다. 이러한 경제적 사정도 중동전쟁의 한 요인으로 보아야 하겠다. 『「이스라엘」은 단기전엔 유리하나 한달 이상 계속되는 장기전엔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외부세력만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군은 「아랍」군 보다 더 오래 지탱할 수 있었다. 우선 48년 5월 「이스라엘」독립에 불만, 침략을 감행한 「아랍」5개국 연합군을 20대 1의 열세인 「이스라엘」군이 8개월 동안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주며 이번 전쟁에서 약 2시간만에 소집된 20만의 예비병은 노동인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국가 단위로는 상상도 못할 기동성과 신앙의 힘으로 뭉친 단결력은 전「아랍」제국을 상대할만한 것이다.
「이스라엘」기들이 「이집트」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지중해 쪽으로 비행, 바다에 닿을 정도로 낮게 떠서 기습을 가해 5백50대의 「이집트」기를 비롯 약 8백대의 「아랍」제국의 공군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사막 전에 절대 필요한 제공권을 장악한 그 계획, 개전 직후 「유엔」의 『무조건 휴전결의』와 소련의 불개입 등은 「이스라엘」주전론자들의 계산에 이미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약 3배로 영토를 확장시켰지만 피를 흘리지 않은 「이스라엘」의 전리품은 과연 무엇이 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도리어 전전보다 더욱 공포분위기에서 살게될 것 같다. 왜냐하면 미·소등의 강대국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는 전전 상태로 복귀를 명할 테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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