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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인터넷뱅킹 비밀번호 유출, 은행 책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Q. P씨는 지난해 12월24일 A은행에 개설된 자신의 예금계좌에서 1억원이 불법인출된 사실을 발견하고 은행을 방문하여 자초지종을 알아봤다. 누군가가 주민등록증을 위조하여 텔레뱅킹 안전카드를 재발급받고, B은행에 P씨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A은행에 개설된 예금계좌에서 텔레뱅킹을 이용하여 1억원의 예금을 B은행에 불법 개설된 계좌로 이체하여 인출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P씨는 은행이 신규계좌 개설 및 안전카드 재발급시 본인 여부 확인을 소홀히 함으로써 피해를 입게 되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22일 누군가가 민원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여 A은행에서 텔레뱅킹 안전카드를 재발급받고, B은행에 P씨의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텔레뱅킹을 이용해 A은행에 개설된 예금계좌에서 2회에 걸쳐 1억원을 B은행 계좌로 이체하여 8천만원을 인출해 간 사건이다. 지난해 12월24일 P씨가 은행을 방문하여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현재 관할경찰서에서 CCTV 테이프 등을 제출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A은행과 B은행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A은행은 지난해 12월22일 12시45분께 P씨를 사칭한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여 텔레뱅킹 안전카드를 분실하였다며 재발급을 요청해, 담당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주민등록증을 제출받아 주민등록증상의 사진과 고객의 얼굴을 대조한 후 안전카드를 재발급하였다고 한다.

또한 B은행도 12월22일 12시께 P씨를 사칭한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여 현금 5만원과 주민등록증을 제출하고 예금계좌 개설을 의뢰함에 따라 당시 담당직원은 주민등록증상의 사진과 고객의 얼굴을 대조한 후 고객의 태도나 주민등록증상 아무런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어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통장 및 현금카드를 교부하였다고 한다.

텔레뱅킹을 이용한 자금이체시에는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텔레뱅킹 서비스 비밀번호, 출금계좌 비밀번호 및 안전카드 비밀번호 등이 일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텔레뱅킹 서비스 비밀번호는 고객이 직접 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은행 전산으로도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은행 직원은 예금이체가 텔레뱅킹을 통해 이루어진 사실로 볼 때 범인은 P씨 비밀번호와 인적사항 등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A은행과 B은행 공히 주민등록증이 정밀하게 위조되어 안전카드 재발급 및 예금통장 개설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과 전자금융 거래시 본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번호가 누출됨에 따라 본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관련규정에 따라 처리한 은행의 귀책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사안은 P씨 명의의 예금계좌 개설 및 텔레뱅킹 안전카드 재발급과 관련한 은행의 업무처리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이로 인한 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 은행은 업무처리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으므로 과실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중에 있어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 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형사사건으로 경찰의 수사가 종결되어 사실관계가 밝혀진 후 처리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전자통신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금융거래도 인터넷뱅킹·폰뱅킹과 같이 대면거래 없이 비대면거래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 이에 따른 위험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전자금융거래시 비밀번호 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텔레뱅킹 개설시 비밀번호는 은행 창구직원도 알지 못하도록 은행 직원이 준 설명서에 따라 본인이 직접 비밀번호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고, 은행 창구직원이 비밀번호를 누설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워 결국은 본인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주민등록증을 위조하여 이체계좌를 만들고 자금이체시 이용되는 안전카드를 재발급받은 사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중에 있어 그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그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글:강성범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국 팀장

문의:02-3771-5703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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