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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카이로」에서=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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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동은 그 전략적인 위치와 석유에 얽힌 이권 때문에 전통적인 세계의 화약고. 여기 불이 붙으면 화염은 미국과 소련의 문턱까지 닿기가 십상이다. 「가자」지대와 「티란」해협의 위기가 재발되자 세상은 숨막히는 긴장 속에 「리얼리즘」과「이모셔널리즘」(감정주의)의 필사의 뜀박질을 지켜보고 있었다. 풍운은 상기도 급박한 상태에서 완전히는 벗어나지 못한 채 그래도 사태는 「힘의 현실」「정치의 현실」이라는 에누리없는 「리얼리즘」의 선상에서 정리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곳 「카이로」의「업저버」들로부터 우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면서 이제 『전운을 몰아온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등수학의 풀이에 착수한 듯싶다.
열쇠는 「시리아」가 쥐고 있었다. 「팔레스타인」해방, 「시오니즘」의 말살이라는 일종의 정치적인 「로맨티시즘」의 깃발을 내건 「나세르」도 사실은 현실에 대한 감각이 투철한 사람이다.
「이스라엘」의 말살이 「아랍」세계의 궁극적인 목표임에는 틀림없지만 「나세르」의 현실주의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세 가지의 전제조건을 갖고있었다. 그것은 ①보다 강력한 「아랍」군대 ②같은 목적을 위한 「아랍」세계의 더욱 강력한 단결 ③유리한 국제적인 환경이다.
그러나 「예멘」·「아덴」사태,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수단」과의 반목이 설명하듯 「아랍」세계의 결속은 최악의 경우에 처해있었다.
국제적인 환경 역시 핵 확금 협상을 통한 미·소 협조「무드」로 해서 유리한 것은 못되었다. 그러나 「시리아」의 군 지도자들은 과격한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아랍」권 어느 나라보다 소련에 접근했다. 소련은 중동에 있어서의 유리한 힘의 균형을 위해 「시리아」를 선동했다. 「시리아」지도자들은 「아랍」세계의 지도권을 갖고자 「카이로」와 경쟁하는 방법으로 전투적인 「이스라엘」대결정책을 썼다.
61년 「시리아」가 「아랍」공화국서 탈퇴한 이래 「나세르」는 「시리아」의 호전적인 정책이 「아랍」세계 전체를 「이스라엘」과의 「설익은 전쟁」으로 끌어넣는 게 아닌가고 경계해왔다.
64년 「요르단」강수로 변경문제 때 「이집트」·「시리아」의 관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마침내 「시리아」는 「팔레스타인」피난민기구의 혁명적인 과격파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인 것은 잘 훈련된 이 과격파 피난민들이었다. 「알·파타」라고 불리는 피난민 「게릴라」들은 「시리아」군의 일부로 활약한다고 스스로 시인했다. 「나세르」는 이른바 「팔레스타인」해방군을 장악했지만 「팔레스타인」해방군은 「알·파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주장하여 왔다.
「시리아」는 「유엔」서 소련의 엄호를 받으면서 「요르단」강 강물줄기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일전을 벌일 태세였다.
「이스라엘」은 소련의 눈치 때문에 「시리아」를 직접 응징 못하고 「요르단」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시리아」에 간접적인 경고를 했다.
「이집트」와 「시리아」는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란」간의 「모슬렘」동맹체결에 자극을 받았다. 그것은 미국과 영국의 음모로 「카이로」와 「다마스커스」의 눈에 비쳤다.
4월에 들어서 긴장은 악화됐다. 「시리아」의 「미그」기 6대가 「이스라엘」포화에 떨어졌다. 미 해군 6함대가 「아랍」해역에 들어서고 「후세인」「요르단」왕은 「테헤란」을, 「파이잘」「사우디아라비아」왕은 「런던」을 각각 방문했다.
「이스라엘」은 연일 「시리아」를 위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세르」는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5월 17일 침공할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군대의 집결이 시작됐다. 「이집트」는 「예멘」에 5만 군대가 발묶여있다는 악조건을 무릅쓰고 8만 군대를 「시나이」반도에 배치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세르」의 군사적인 예비조치는 불가피했던 것 같다. 「시리아」에 말려든 셈이다. 그러나 아직 「나세르」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해 못하는 수수께끼가 남아있다. 그것은 현실주의자 「나세르」가 현 단계에서 실질적인 전쟁의 불가함을 알면서 왜 「티란」해협을 봉쇄하여 사태를 국제적인 위기로 확대했는가 하는 것이다.
「아카바」만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빼어든 칼자루 때문에 중동의 화약고는 폭발한 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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