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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북한 문제 온도 낮춰야 … 외교적 해결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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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의 한 달 만에 북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단독 면담을 했다. 그런 뒤 백악관 풀기자단과 만나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며 “아무도 한반도에서 분쟁이 벌어지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기본 규칙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미국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지 스테파노풀러스가 진행하는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쉽사리 도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한 달 만의 언급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lower temperatures)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 박근혜 대통령은 태도를 바꿔 북한 측에 대화를 제안했다.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상호 교감하는 듯한 모양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외교 해법만 강조한 건 아니다. 그는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미국은 미 국민을 보호하고 지역 내 동맹국들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하지만 갈수록 북한발 위협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해법을 언급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별도로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국가안보팀에 미국 본토와 동맹들을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는 예방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사와 도발적인 행동을 대통령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반기문 총장은 11일 CNN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에게 한국어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반 총장은 이날 저녁 CNN 시사프로그램 ‘시추에이션 룸(상황실)’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혔다. 진행자 울프 블리처가 “평양에서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김정은에게 한국어로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짧은 한국어 메시지를 보냈다. ‘위원장님’이라는 존칭과 존댓말을 썼지만 어조는 단호했고 표정은 심각했다. 반 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로 모든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의 창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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