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첼·웨스트우드 … 1번홀부터 '아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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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샬 슈워첼(29·남아공)은 첫 홀부터 신발에 꽃가루를 묻혔다. 티샷이 크게 빗나가 소나무 숲을 헤맸기 때문이다. 첫 홀 성적은 더블 보기. 리 웨스트우드(40·잉글랜드)와 리키 파울러(25·미국)는 첫 홀에서 모래밭을 밟았다. 페어웨이 벙커에 빠진 두 사람 역시 더블보기를 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첫 홀부터 까다롭다. 445야드 파 4인데 페어웨이 오른쪽에 길고 깊은 벙커가 있다. 벙커를 넘기려면 티샷이 캐리로 315야드를 날아가야 한다. 벙커를 피해 왼쪽으로 멀찍이 돌아가면 되지만 희망차게 출발하는 첫 홀부터 우회로를 택하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샷거리가 짧은 선수들은 벙커에 들어가도 그린을 공략할 수 있지만 장타자들은 높은 턱에 걸려 샌드웨지로 간신히 탈출하기 일쑤다. 그래서 장타자들이 이 홀에서 더 고생한다. 그린은 포대그린이며 굴곡이 매우 심하다. 타이거 우즈(38·미국)는 오거스타 내셔널 통산 70라운드 중 1번 홀에서는 16오버파를 기록했다. 아멘 코너(11~13번 홀)에서 통산 20언더파를 기록한 우즈에게 1번 홀이야말로 ‘아멘’하고 기도해야 할 홀이다. 12일(한국시간) 열린 마스터스 첫 라운드에서도 1번 홀의 평균 타수는 4.312타로 가장 어려웠다.

 최경주(43·SK텔레콤)도 첫 홀에서 보기를 했다. 티샷은 잘 쳤으나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약간 당겨지면서 그린에서 굴러 내려왔고 파 퍼트가 짧았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 1라운드 첫 홀 보기는 기분 나쁜 일이다. 최경주의 캐디는 “마스터스에서는 첫 홀에 보기를 하고 나가는 것”이라고 보스를 격려했다. 최경주는 이 말에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첫 홀 보기는 살림 밑천 같다”고 했다. “초반 보기를 하지 않다가 중요한 때 보기를 하면 크게 흔들린다”는 논리다.

 최경주는 첫날 버디 6개와 보기 4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17번 홀에서는 티샷이 ‘아이젠하워 나무’의 잎새를 뚫고 나가는 행운도 따랐다. 아이젠하워 나무는 이 클럽의 회원이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티샷에 방해되니 잘라 버리라”고 했던 나무다.

 우즈는 2언더파를 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린이 느리다”고 불평을 했다. 재미교포 존 허(23)와 케빈 나(30)도 2언더파를 쳤다. 양용은(41·KB금융그룹)은 이븐파를 기록했다. 마크 레시먼(30·호주)과 세르히오 가르시아(33·스페인)가 6언더파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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