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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꿀 왜 비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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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벌’ 하면 떠오르는 첫 단어가 꿀이다. 토종벌이 없어진다고 국산 꿀을 먹을 수 없는 건 아니다. 국내 꿀 생산량 중 토종꿀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농림부에 따르면 2011년 전국 꿀 생산량은 2만1134t이다. 이 중 2만936t이 서양꿀벌이 생산하는 양봉꿀이다. 토종꿀은 198t에 불과하다.

 ‘토종벌이든 서양꿀벌이든 같은 지역 꽃의 꿀을 따온다면 꿀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토종꿀은 생산 방식에서 양봉꿀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품질도, 가격도 차이가 크다. 토종꿀을 사려면 2.4㎏ 한 병에 최소 30만원은 줘야 한다. 반면 양봉꿀은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2.4㎏ 한 병에 7만원이면 살 수 있다.

 흔히 아는 두 꿀의 차이점은 ‘장소’다. 양봉의 경우 양봉업자가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한반도의 남쪽에서부터 위로 벌통을 옮겨 다니며 꿀을 모은다. 이른 봄 유채꽃에서부터 4월 벚꽃, 5월 아카시아꽃, 6월 밤꽃 등에서 꿀을 모은다. 따라서 한 해에 여러 차례 꿀을 수확한다. 여러 꽃에서 꿀을 딴 잡화꿀도 있지만 아카시아꿀·밤꿀처럼 대부분 단일 꽃에서 얻은 꿀이다.

 반면 토봉은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서만 벌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토종꿀은 꽃꿀의 종류가 있는 양봉꿀과 달리 소위 ‘잡꿀’이다. 토종벌이 들과 산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다양한 꽃에서 꿀을 채취하기 때문이다. 토종꿀의 또 다른 특징은 1년에 단 한 차례, 늦가을 서리가 내린 뒤 수확한다는 점이다. 토종꿀은 벌집 안에서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수분이 거의 빠져나가 꿀이 진하다. 꿀 속에 로열젤리와 화분(花粉)·밀랍 등이 섞여 있는 것도 양봉꿀과 다른 점이다.

 토종벌과 서양벌 차이도 있다. 토종벌①의 혀 길이는 5.3㎜인데 서양벌②은 27㎜로 월등히 길다. 서양벌의 꿀 생산력은 토종벌의 네 배에 달한다. 하지만 혀의 길이가 다르듯 좋아하는 꽃도 다르다. 서양벌이 토종벌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밖에 야생벌이 만든 꿀의 일종인 석청과 목청도 있다. 석청은 깊은 산의 절벽이나 바위틈에 있는 야생 벌꿀을 의미하며, 목청은 고목이나 죽은 나무에 벌들이 모아놓은 꿀을 일컫는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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