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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탕은 건전한가|외환보유고 3억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5일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3억1백만 불로 추계 되어 처음으로 3억불 선을 돌파했다고 밝혀졌다. 5월 10일의 2억9천2백40만 불에 비하면 한 달 동안 약 9백만 불이 증가한 것으로서 통화량 증가의 주요원인으로 간주되어온 외환「인플레」 억제 대책의 시급함을 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듯하다.
64년에 1억2천8백90만 불까지 줄어들어 적신호를 올렸던 외환보유고가 65년 8월부터 호전되기 시작, 65년 6월부터는 매달 1천만 불 이상 선까지 증가해 온 추세에 비추어 3억불선 돌파는 이미 예견되어온 사실.
그러나 단순히 외형적인 보유고 증가를 환영하기 전에 간과해서 안될 것은 그 증가요인의 구조가 반드시 건전한 것만은 아닌 점에 있다.
금년 들어 3월까지 한은이 밝힌 외환수불 상황을 보면 무역·무역외수지를 포함한 경상거래에서 8백74만8천불의 적자를 보인 대신 자본거래에서 3천7백98만6천불의 흑자를 나타내 외환보유고의 증가는 완전히 자본거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곧 외국에서의 차관에 의한 보유고 증가를 증명해 주는 것이며 따라서 「빚더미 속에서 배부른」 현상을 말해주는 것.
물론 국내 자본축적이 미약한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장기·저리의 차관을 들여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에 의한 보유고 증가 현상을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외환사정 호전에 따라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해외부문에서의 통화량 증가가 큰 문제로 남아있다. 정책당국은 외환증서 유통기간 연장, 해외부문에서의 통화량증가를 저축성 예금으로 흡수하여 동결시켜놓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3억불선 돌파를 계기로 좀 더 장기적인 근본대책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우리의 경제구조도 후진의 취약성을 탈피하는 과정에 있어 통화량 증가가 곧 물가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단순한 순환원리를 적용시킬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인플레」 누적으로 인한 쓰라린 경험을 겪어 온 심리적 요인을 제거 않는 한 「통화량=물가고」의 등식을 저버릴 수만도 없는 것이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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