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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에 불타는 「이스라엘」 - 「텔아비브」 안재훈 통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총 동원령이 내려진 「이스라엘」의 거리는 집집마다 직장마다 어떤 불안과 긴장감에 완전히 뒤덮여있다. 거리는 한산하여 자유분망한 청춘남녀의 떼지어 지나가는 모습은 볼 수 없고 각급 학교는 문을 닫았다. 대학교수 학생 할 것 없이 총동원되어 전선에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청년은 영장도 없이 전화로 호출되었다면서 오히려 쾌활한 웃음이다.
정규전은 2, 3만이면서도 일단 시간 내에 27만 정도의 예비군을 소집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고 보니 있을만한 일.
미·영 대사관 당국은 자국민들을 모두 철수시켰고 그밖에 외국인 학생들도 6월에 접어들 면서는 삼삼오오 거의 철수했다.
현재 한국인 학생은 모두 6명인데 유사시에는 「유럽」이나 「키프로스」 등지로 피난 갈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텔·아비브」의 거리는 평소 이맘때쯤엔 외국의 관광객들로 들끓었는데 관광객이란 지금 한사람도 볼 수 없다. 「호텔」은 텅텅 비어 오히려 쓸쓸할 정도이고 시장과 「슈퍼·마키트」만이 물건 장만하는 주부들로 붐비고 있다. 「전쟁과 평화」 「평화와 전쟁」사이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해온 「이스라엘」국민들은 이번 총동원령에도 그렇게 놀라는 눈치가 아니다.
어떤 젊은 주부는 『1주일에 한번씩 남편이 다녀간다』면서 싸움이 아직 없는 전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닥쳐올 지도 모를 전화보다는, 「출전휴가」같은 남편의 생활이 멋있다는 듯이-.
기자가 외국인인 것을 알자 『너는 겁나지 않느냐』고 오히려 동정 조이다.
동원되어 노동력이 부족한 탓인지 이곳 신문들은 「페이지」수가 줄었고 「뉴스」는 중동사태에 거의 모든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동원은 사람뿐이 아니고 「택시」·「버스」등도 징발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게 살아온 탓인지 협조정신은 매우 경고해 보였다. 정보국 등 공공건물의 유리창은 모두 등화관제를 위해 「커튼」또는 까만 종이로 발라져있다.
어떤 군인장교의 결의는 대단했다. 『우리는 독립 후 19년간을 줄곧 적국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시피 했기 때문에 별로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본격적인 전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전투태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반상가에서는 전쟁상태가 오래 계속되는 전쟁상태가 오래 계속되는 경우, 공장을 비롯한 모든 생산체제가 마비돼 경제적 혼란사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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