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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스라엘」과 통일「아랍」공화국 간의 긴박 사태는 마침내 급전직하, 전쟁상태로 돌입하였다. 5일 양측간의 지상 및 공중전이 벌어지자 아랍6개국 (시리아·이라크·요르단·쿠웨이트·수단·레바논)은 「이스라엘」에 대하여 선전을 포고함으로써 사태는 위급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만약 이 전쟁이 장기화할 때는 「이스라엘」지지의 미·영과 통일「아랍」공화국지지의 소련 등 동·서 강대국이 개입함으로써 대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지난 5월 16일 이래 중동에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을 때 위기가 각박한 반면, 전쟁을 회피시키려는 움직임과 최소한도 위기를 현 단계에서 동결시키려는 활발한 외교공작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사태악화의 발전을 억지하지 못했다.
전쟁돌입의 직접적인 요인은 첫째로 전쟁의 해결 주체인 「유엔」안보리에서 특히 「아카바」만 봉쇄문제를 둘러싸고 대국간의 의견대립이 노정 됨으로써 긴급조치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과 「아랍」공화국의 국경선 일대에 주둔했던 7개국 「유엔」비상 군을 대책 없이 철수함으로써 공백상태를 만든 때문이었다. 그 동안의 경과를 보면 작금의 전쟁이란 결코 우발적인 사태라고 할 수는 없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우리의 관심은 다음 두 가지에 집중된다. 첫째로 한국은 「이스라엘」과는 정식관계를 맺고있는 반면 통일「아랍」공화국과는 영사관계를 가지고 있다. 해마다 「유엔」총회 때는 「아프리카」 및 「아랍」권의 향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란」과 「쿠웨이트」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전쟁과 더불어 한국과 중동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가 관심거리지만 어느 측에 치우치지 않는 신중한 것이 요구된다고 보겠다.
둘째로 우리도 국군을 파월 해서 싸우고 있지만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월남 전쟁과는 별도로 중동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여부이다.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할 때 중동 전쟁은 바로 미국의 제2전선이 될 것이다. 소련과 통일「아랍」공화국은 월남 전쟁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중동에서 제2전선을 형성시키고자 시도한다는 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에서의 제2전선 화는 곧 동서의 열전, 또는 제3차 대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것이 하나의 심리전이 될 수는 있어도 그 가능성을 속단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있다.
모름지기 분쟁당사국은 물론 강대국 다같이 세계전면전쟁이란 위험천만한 것이므로 어디까지나 지금의 중동 전쟁의 확대를 억지 하는 것만이 공통적인 소망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중동 전쟁을 즉각적으로 중지시키는 노력만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관계국 특히 강대국이 도발적인 거동을 극력 삼가는 자제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로는 「유엔」안보를 비롯해서 강대국이 중동 전쟁의 확대를 억지하기 위한 노력에서 함의에 도달하는 것이며 후자는 전자보다도 우선하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팔레스티나」전쟁에서부터 1956년의 「수에즈」전쟁 그리고 이번 사태에 이르기까지 중동전쟁은 만성적이요 고질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하다. 다행히 강대국의 움직임을 보면 미·영은 중립을 선언했고 소련은 「유엔」안보에서 5·4선으로 철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휴전문제를 둘러싸고서 미국과 소련은 그 주장을 달리하고 있으나 지금 같아서는 무력개입의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쟁을 한시바삐 중지시켜 쌍방의 희생과 비극을 적게 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강대국의 합의와 「유엔」안보의 긴급조치가 조급하게 취해져야 할 것이며 전쟁당사국 또한 그에 적극 순응하는 현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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