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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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 경제의 모습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각종 경제지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 투자와 개인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유가 급등과 세계적인 불황, 북핵(核) 등을 감안해도 너무 심하다는 분석과 함께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은 납작 엎드려 눈치만 보고 있다.

왜 이럴까. 우리는 새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가장 심각한 원인이라고 본다. 엊그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집단소송제와 완전포괄주의 과세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새 정책 도입은 기업경영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서는'조직적 저항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갈등이 재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렵다. 정부.기업.국민이 똘똘 뭉쳐도 과연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판에 새 정부와 재계가 불신과 경계, 갈등으로 힘을 낭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최근 재계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몇가지 시도를 했지만 일관성 부족으로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되레 계속되는 인수위의 혼선과 일부 위원들의 고압적 발언은 기업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인들이 꼼짝 않고, 시장은 급랭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는 배경에는 이런 불안감과 불신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재계에 대한 적대감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선반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정치인도, 학자도, 관료도 아니다. 오직 그 사람은 기업인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재계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인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메시지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