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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걸든 무제한 무료통화 LG U+ 승부를 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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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동통신시장에 격변이 휘몰아치고 있다. 보조금을 앞세워 고객을 뺏고 빼앗는 ‘땅따먹기식’ 전쟁에서 차별화된 요금제로 승부가 갈리게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소비자에겐 양날의 칼이다. 음성·문자를 주로 쓰는 사용자에겐 희소식이지만 이전처럼 싼값에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것은 힘들어진다. 확 달라진 이통사 환경에서 어느 회사가 웃을지, 또 단말기 제조사들엔 어떤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통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제한. 같은 통신사끼리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와도, 유선 전화에 걸어도 ‘음성 통화는 무제한’인 요금제가 등장했다. 음성과 문자에는 돈을 안 받고 데이터 위주로 값을 매기는 요금제로의 전환이다. ‘망내 통화 무제한’을 차례로 선언한 SK텔레콤과 KT에 대항해 LG유플러스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다. LG유플러스는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LTE 망내’ 요금 3종과 ‘LTE 무한자유’ 5종을 1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LTE 망내 34/42/52 요금은 SKT·KT의 3만~5만원대 무제한 요금과 내용이 비슷하다. 기본요금과 약정할인금이 비슷하고, 문자 메시지와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 통화가 무제한인 것도 동일하다. 망외 음성 통화는 SKT·KT·LG유플러스가 각각 80분·130분·110분을 주는데, 가입자 수 차이를 감안하면 이 역시 큰 차이로 보기 어렵다.

 달라지는 것은 월 6만원 이상 요금제를 쓸 때다. LG유플러스의 ‘LTE 음성 무한자유 69/79’는 LG유플러스 가입자뿐 아니라 SKT·KT 가입자에게 거는 음성통화량도 무제한으로 준다. 휴대전화로 거는 통화는 기본료 외에는 다 무료인 것이다. 집 전화나 인터넷 전화, 영상 전화 같은 그외 통화는 월 100분까지 걸 수 있다. 8만~9만원대인 ‘무한자유 89/99’ 요금제는 여기에 더해 집전화 같은 유선 전화에도 무제한으로 걸 수 있다. 기본료 12만4000원으로 새 요금제 중 최고가인 ‘무한자유 124’는 유·무선 통화에 데이터까지 무제한이다. 데이터를 25GB 주는데, 다 쓴 후에도 날마다 1GB를 넘기지 않으면 되며 이를 넘어서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다. 월초에 25GB를 다 쓰더라도 이후 날마다 1GB씩 더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음성은 웬만하면 무제한. 이는 곧 음성 위주의 현재 요금 체계를 데이터 위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음성은 무료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데이터 양과 질을 높인 요금제를 2탄, 3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신 통신 환경이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유선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이 결합되는 유·무선 인터넷 통합(All-IP)으로 가고 있어, 음성 트래픽보다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함을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음성 통화를 많이 하는 이에게는 희소식이다. 이 부회장은 “빠듯하게 살며 통신 수단을 쓰던 분들에게 통신비 폭탄에서의 해방이 왔다”며 “택배 기사, 보험설계사, 영업 담당 같은 생계형 음성 통화 이용자에게 혜택이 크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100여 건 통화하는 택배 기사의 경우 타사에 가입하면 월 7만6000원 정도를 내야 하고 하루 평균 5분씩 15건 통화하는 보험설계사는 월 11만원을 통신비로 지출하는데, LG유플러스의 ‘무한자유 69’ 요금제를 24개월 약정해 쓰면 각각 월 5만1000원이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원종균 전무는 “현재 LTE 62 이상 요금제 가입자가 80% 이상인데, 그런 분들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로 인해 연 6000억원 이상, 가입자 1인당 평균 월 1만500원의 요금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의 수익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부족분은 보조금을 줄여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시장 판도가 변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내놓은 요금제”라며 “6000억원씩 손실이 나면 당연히 곤란하고, 보조금이 상당히 줄고 고객이 좀 더 오시면 만회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의 보조금 전쟁에서 요금·서비스 경쟁으로 판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타사도 우리를 따라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가입자들이 우리에게 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갖고 경쟁하면 열심히 오랫동안 써온 가입자에게는 혜택도 없고, 전체적으로도 통신 요금만 많이 내게 된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주는 보조금이 줄면 소비자가 내는 휴대전화 기기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서 “단말기 가격이 예전보다 좀 올라갈 수 있지만, 2년 약정으로 사용할 때 요금에서 받는 혜택을 따져 보면 줄어든 보조금보다 훨씬 큼을 소비자가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말기 자급제를 늘리는 노력을 정부가 하고 있는데 거기에 적극 동참할 것이고, 제조업체들도 어느 정도 가격 인하에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해결 과제는 있다. 서로 다른 망을 사용하는 이동통신사 가입자들이 통화를 할 때 통신사끼리 지불하는 접속료다. SKT와 KT가 ‘무제한 통화’를 선언하면서도 이를 자사 가입자끼리로 제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망을 쓰는 음성 통화는 기존 마케팅이나 망 투자비 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자사 가입자가 타사 통신망에 전화를 걸면 그때마다 실제로 돈이 들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당장은 손해를 감수하고 간다”는 입장이다. 망외 통화에 대해서는 가입자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타 통신사에는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회사의 추가 부담은 현재를 기준으로 연간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유필계 CR전략실 부사장은 “음성에서 데이터 위주로 가는 환경과 기술의 변화가 현재 접속료 체계에 반영이 안 돼 있다”며 “정부가 이를 개편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 접속료를 내리려면 통신비 원가에 접속료가 어느 정도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접속료는 다른 통신사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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