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북한과 대화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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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인 만난 박 대통령 “안심하고 투자를“”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관계자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안보에 대한 외국인의 불안감에 대해 “여러분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에이미 잭슨 미국상의 대표, 펫 게인즈 미국상의 회장, 박 대통령, 틸로 헬터 유럽상의 회장,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전 독일상의 회장, 피에르 잘리콩 프랑스상의 회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신우성 한국바스프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며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비공개 만찬을 하면서 “그 일환으로 오늘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한 참석 의원이 전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고 대남 도발위협과 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북한 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통일부 장관 성명’ 형태의 발표문에서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는 민족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으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과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장관이 잇따라 대화를 강조하자 남북 간 물밑 교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이 원하는 의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행간에 읽히는 등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 때문이다.

 노동당 대남총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당 비서가 전면에 나선 지 사흘 만에 류 장관이 대응한 대목도 관심을 끈다. 통일전선부는 그동안 통일부의 상대역을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현인택 통일장관과 김양건 부장이 막후채널을 가동하자 ‘통-통라인’이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정부가 류길재-김양건 라인의 가동을 위해 대북탐색전을 시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화 분위기가 이뤄지려면 북이 (대화 제의를) 하든가, 남이 하든가 해야 한다”며 “두 가지 경우를 다 열어두겠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먼저 대화 제의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대화기류로 급선회한 데 대해 비판도 나온다. 류 장관이 개성공단 파행운영 책임을 거론하며 “북한에 먼저 대화 제의를 하는 건 문제”(8일 국회 답변)라고 한 지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또 무수단급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박 대통령에게 북한이 “청와대 안방주인까지 나서 파렴치한 언동을 한다”고 비난을 퍼부은 당일 대화 제의를 한 건 북한에 ‘남측이 우리 위협에 굴복했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성명을 놓고 당사자인 류 장관은 “대화 제의가 아니다”(기자회견 답변)라고 하고, 박 대통령은 “그(대화하는 것) 일환”이라고 하는 등 엇박자를 낸 것도 문제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안보전략대학원장은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정부가 조율되고 정제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국민들을 혼동시키지 않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류 장관의 성명 발표 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미국과 괴뢰전쟁 광신자들이 우리를 오판하고 요행수를 바란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며 “전쟁은 시간문제이며 남은 것은 무자비한 징벌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령만 내리면 원쑤 격멸의 선전에 폭풍쳐 달려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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