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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기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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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8총선의 투표일도 앞으로 6일. 「골·라인」을 눈앞에 두고 국회로 향한 의지는 「피치」를 올리고 있다. 7백명을 넘는 후보자는 정당기반과 사조직의 총 마력을 동원하고 있으며 자금·선심공세와 관의 간접지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선거분위기와 표의 분포를 휘몰게될 선거종반의 분기류를 변곡점에서 잡아본다.
선거중반도 지난 어느 날 전남 K군의 공화당 사무실에서는 수십 장씩의 당원증이 면당 책임자(관리장)에게 분배되고 있었다. 『A면은 열세인 것 같으니 30장을 더 보내시오』-. 이렇게 해서 당원은 급조되고 이것은 「당기반」에 가산되었다. 선거기간중의 당원팽창은 선거운동의 편의를 고려한 것임에 틀림없다. 당원에게는 활동비조의 금품전달이 가능하고 까다로운 선거법도 아랑곳없이 각종 인쇄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손쉽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거대한 조직이 모두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당 조직은 득표를 위한 능동적인 활동체라기 보다 그 자체가 선거운동의 대상이 되는 「표밭」으로 넓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당보다도 당조직을 크게 활용하고 있는 공화당 당원은 1개선거구 평균 1만명. 그 가운데 관리장(면)-활동장(리)-연락장(자연부락)으로 연결된 기간당원만이 사실상의 고정기반이다. 공화당의 후보자는 이들 당조직자를 통해 그 주변의 표와 당원 및 그 가족 표를 끌어당기고 있다. 공화당은 5·3 대통령 선거서 사조직을 활용한 선거구의 득표성적이 불량했다고 분석하고, 6·8 선거에서는 당 조직을 군간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도록 지침을 내렸다. 선거에서 당 조직이 큰 비중으로 평가받게 된 것을 정당의 근대화 현상이라고 풀이하는 견해가 있으나 당 조직의 형성동기나 그 작용의 원동력을 제쳐놓는 한에서만 타당할 듯 싶다. 당 조직을 선거운동의 근간으로 삼을 때 문제된 것은 조직노출의 문제다. 공화당은 당원을 표면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아래 당원들의 「배지」달기를 권장한 바 있는데 일부지방당부에서는 부랑형 또는 만년 여당형 당원의 노출은 무익하다고 해서 오히려 노출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의 경우는 당 조직의 힘이 여당에 훨씬 뒤떨어진다. 우선 그 규모에서 뒤지고 또 사조직과의 구별이 어려울 만큼 윤곽이 모호하다. 신민당의 어느 후보는 『지방의회가 없어, 신분이 보장되는 지방정치인을 확보 할 수 없는 것이 야당의 조직적 약세의 큰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원은 선거를 맞으면 심리적인 구속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심리적인 구속감이 행동의 유대로 발전할 때 당원끼리의 3인조 투표 공개투표 따위의 부정선거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공천파동을 겪는 선거구는 정도의 차는 있으나 대개 당 조직 기반이 동요되고 있다, 낙천자가 다른 당으로 전속 출마했을 경우(장성·담양의 박승규, 대전의 진성하, 진해·창원의 최수용씨 등)에는 더욱 그러하다. 또 공천파동이 없었던 경우라도 당내에 선거구 「라이벌」이 있을 경우(진천·음성의 이충환·정운갑, 괴산의 안동준·김원태씨 등)에는 표면상 양자의 협조가 선언되었더라도 당 조직의 전면가동은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여당에서는 낙천자의 구제 기대로 조직적인 이탈은 드물지만 포상을 바랄 수 없는 야당 낙선자의 완전한 대열이탈은 조직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예가 있다.
지방의 정당인은 거의 정형되어있는 것. 정당의 지방「리더」의 친척·측근 외에는 『내 양조장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실업중인 아들을 취직시킬 수 있을까 해서』 정당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공화당의 말단기반은 옛 자유당의 기반』이라는 얘기는 『엄격한 의미의 정당인이 적다』는 말을 바꾸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실상 자유당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에서는 대개 공화당의 조직이 침식되고 있다. 특히 4년전 선거 때의 공화당 후보자(구흥남)와 이번 후보자(기세풍)가 모두 구 자유계인 화순·곡성의 경우 자유당 후보(조순)의 출마는 공화당 조직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지방의 자연부락까지 뻗친 공화당의 조직망이나 최소한 면책임자를 두고 있는 신민당의 조직은 표 줍기에 펼쳐진 망-. 이에 비해 군소정당의 표망은 빈약하다기보다 차라리 전무한 상태다.
많은 군소당 후보가 법정당원 50명조차 동원하지 못하고 있는 가 하면 가족끼리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란(?)한 후보도 있다.
공화당이나 신민당은 당명자체가 하나의 큰 득표기반.
군소정당 후보는 우선 이 「간판기반」을 갖지 못한데다가 유권자에 뿌리박은 조직기반이 미약하기 때문에 5·3 대통령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보잘것없는 득표의 참패가 예상된다.
단지, 방대한 표망을 가진 대정당의 조직과 그 작용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정책의 공감으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선거를 통해 양대 정당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쉽사리 정당정치의 발전, 선거의 진화라고는 규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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