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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터치] 영화 '클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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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팝송 때문에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단다.

'헬로 다크니스, 마이 올드 프렌드'(Hello darkness, my old friend…)로 시작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는 영화 '졸업'(1967년)에 삽입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이다.

평소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좋아하던 곽재용 감독은 30일 개봉하는 손예진.조승우 주연의 '클래식'에 이 노래를 넣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나직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두 연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이 영화에 그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극 중에서 주희(손예진)의 여고 가을 음악회가 끝나고 준하(조승우)와 재회하는 장면 등 두 군데에 들어갔다. 시사회가 끝난 후 선곡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곽감독은 개봉을 며칠 앞두고 '클래식'에서 이 곡을 빼야 했다. 저작권 때문이었다. 일단 음악을 쓴 뒤 개봉 전까지 판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클래식'의 음악감독 조영욱씨에 따르면 사이먼 앤 가펑클의 두 멤버 중 아트 가펑클은 곡을 쓰는 데 찬성했지만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작사.작곡한 폴 사이먼이 "우리 노래가 상업적으로 쓰이는 게 싫다"며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감독은 "사이먼에게 e-메일까지 보내 노래를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하더라"며 "아무리 가격이 높더라도 판권을 얻어 꼭 쓰고 싶은 음악이었기에 모두들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결국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의 빈 자리는 '사랑하면 할수록'이라는 국내 가수 한성호의 노래로 메워졌다.

정우성.고소영 주연의 '비트'(97년)는 비틀스의 '인 마이 라이프(In My Life)'를 판권을 사지 않고 썼다가 말썽을 빚었다. 그래서 비디오 출시 때는 이 노래를 빼야 했다. 욕심나는 곡을 쓰지 못할 때 창작자의 심정은 괴롭기 그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도둑질을 할 수야 없다. 곡 하나를 두고 진통을 겪은 '클래식'이 들려주는 교훈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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