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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제 의무교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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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 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부산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오는 71년까지 9년제 의무교육의 실현을 위해 그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의무교육 연한은 나라에 따라 일정치 않으나, 오늘날 선진 각국의 추세로 보아 적어도 8년 내지 9년의 의무교육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터이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양상을 크게 일변시킬 정부의 이와 같은 계획은 그 실현성이나 교육투자의 효율 면으로 볼 때에는, 많은 의문점을 내포한 것을 간과하지 못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정부는 이른바 「의무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난 65년 의무교육 완성 9년 계획을 입안 발표하였다가, 지난 66년에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발맞추어 이를 대폭 수정하여 새로이 71년말을 완성년도로 하는 이른바 의무교육 5개년 계획을 확정시킨바 있다.
이에는 물론 무상 교과서 배부, 무료급식 등은 아예 도외시돼 있으나, 계획기간인 67년도부터 향후 5개년간 내자 5백8억원과 외자 5백만불을 들여 완성년도인 71년도부터는 전국 국민학교의 완전 일부제 수업 실시와 학급당 정원 60명의 엄수를 다짐한 바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비교적 무난하다고 보이던 당초 계획조차도 그 실천과정에 있어서는, 이만저만이 아닌 난관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인 것이다. 여기에 겸하여 작년도에는 의무교육 재정교부금법의 개정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학교들은 지금 심각한 운영 난을 예상치 않을 수 없는 실정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무교육의 연한을 향후 수년 내에 다시 9년으로 연장하는 경우, 재정상의 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이점 확고한 재원 확보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의무교육 9년안을 사상누각으로 만들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학부형과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의무교육 연장 계획에는 물론 찬반 양논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학부형들이 돈 안 들이고 자녀를 중학까지 진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물론 전폭적인 찬성을 보내야 할 것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국민학교에서 조차 기성회비 등을 부담치 않을 수 없는 현재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본의 아닌 국민적 부담이 가중되는 외에 국민학교 교육과정마저 질적인 저하 현상이 수반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더우기 중등 교육까지를 의무화할 경우, 그 의무에 대한 어떤 형태로든지 간의 강행규정이 수반하지 않고서는 그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명색만의 의무교육 연한 연장이 전면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밖에도 의무교육의 연장은 교육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그 대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시비가 분분한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선행함이 없이는 논의조차 어려울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당국의 의무교육 연장 기도에 대해서 원칙적인 찬의를 표명하면서도 그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와 재원확보를 위한 대책을 앞세워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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